방송작가

여기 이 작가

Home과 House 사이 행복한 왕복 달리기!

JTBC <월간 집> 명수현 작가

신미경 편집위원  사진 김용철   장소협조 카페오가닉 여의도본점

여기 이 작가

Home과 House 사이 행복한 왕복 달리기!

JTBC <월간 집>
명수현 작가

신미경 편집위원
사진 김용철
장소협조 카페오가닉 여의도본점

‘쿼얼리티 하고는’, ‘제가 충고 하나 할까요?’ 그녀의 드라마를 보고 나면 어김없이 유행어 하나가 마음속에 자리를 잡는다. 최근에 끝난 드라마 <월간 집>도 마찬가지. 남자 주인공인 유자성(김지석 분)은 드라마 곳곳에서 ‘스탑’을 외쳐 댄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니?’라는 대사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유행어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니, ‘어느 한 시기에 사람들 사이에서 많이 쓰이는 말’이란다. 한 시기를 대표하는 유행어를 유쾌한 드라마를 통해 만들어내는 사람. 하늘이 파란 어느 가을날 <월간 집> 집필을 마친 명수현 작가를 만났다.

작품이 끝났습니다. 보통은 인터뷰 말미에 집필하면서 고마웠던 사람들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요즘은 시절이 시절인 만큼 이례적으로 먼저 떠올리고 가볼까요.

요즘 코로나19 때문에도 그렇고 드라마의 제작 환경이 많이 바뀌고 있는 걸 느껴요. 이번 드라마는 사전제작이었는데, 중간에 여러 상황 때문에 8개월이나 촬영이 이어졌거든요. 그래서 특히 기다려 준 배우들에게 고맙고, 감독님도 고맙죠. 또 같이 작업한 작가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어요. <월간 집>을 집필하는 동안 자료조사를 꼼꼼하게 해야 하는 부분이 특히 많았는데, 잘해준 덕분에 마무리가 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작년에 드라마 집필 중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요양원에 계실 때 자주 찾아뵙질 못한 점이 마음에 남아요. 드라마 때문이기도 하고 코로나 때문이기도 한데, 늘 지켜봐 주신 아버지께도 꼭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촬영 중에 상가에 와 준 많은 스태프에게도 고마웠다고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막돼먹은 영애씨> 집필 이후로 7년이 흘렀습니다. <혼술남녀>, <시를 잊은 그대에게>, 이번 <월간 집>까지 2년에 한 번꼴로 드라마 집필을 해오셨는데, 지치지 않고 집필을 하는 그런 열정은 어디에서 나오는 건가요?

<막돼먹은 영애씨> 같은 시즌제 드라마를 썼기 때문에, 빨리 쓰는 건 좀 익숙한 편이에요. <막돼먹은 영애씨>의 경우엔 1년에 한 달 정도만 쉬고, 다음 시즌에 들어간 적도 있으니까요. 작가로서 처음 출발이 <남자 셋 여자 셋>이라는 시트콤이었고, 일일 시트콤을 5~6년 정도 쉬지 않고 글을 썼던 터라, 오히려 오래 쉬는 게 익숙하지가 않다고 할까요. <월간 집> 같은 경우에는 작업 기간이 예상보다 오래 걸려서 당황스러웠어요. 쉬는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초조하거나 불안해하는 편이라, ‘이제는 좀 진득하게 다음 작품을 준비해보자’ 싶은데 성격상 그게 또 쉽지가 않네요.

이번 드라마 <월간 집>을 보면서,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서 기초적인 부동산 공부를 굉장히 많이 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집을 소재로 한 드라마를 만들자는 생각은 어떻게 하게 된 건지 궁금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작가 생활을 하느라 집에 대해 무관심했고, 대출을 끌어안고 집을 산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 채 무주택자로 오래 살았어요. 그러다 더 미루면 안 되겠다 싶어서 뒤늦게 부동산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청약도 한 번 넣어보고 했죠. 근데 부동산 공부를 해보니까, 그동안 너무 모른 채 살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불과 몇 년 사이, 집값이 무섭게 뛰는 걸 보면서 일부의 사람들만 집을 사고팔면서 자산을 불려가고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런 과정에서 ‘도대체 집이 뭐길래’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 결과가 드라마로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죠. 평생 집이라는 걸 막연하게 ‘home’의 개념으로만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house’의 개념을 무겁지 않게 심어주고 싶었어요. 그 개념이 남녀 주인공의 상황과 맞물리면서 ‘살고 싶은 집’과 ‘사고 싶은 집’의 이야기로 뼈대가 되었고, ‘월간 집’이라는 잡지사가 무대가 됐고, 점점 살을 붙여 나가게 된 거죠.

그동안 해오신 작품 면면을 보니까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유행어를 만들길 즐기시는 것 같아요. 이번에도 ‘스탑’ 이라든가 ‘그게 무슨 의미가 있니?’ 같은 대사들이 있었는데, 의도를 가지고 반복적으로 사용하시는 건가요?

<막돼먹은 영애씨> 같이 방송과 대본 집필 작업이 함께 가는 경우에는, 청취자의 반응을 보면서 유행어를 만드는 게 어느 정도 가능하거든요. 반응이 좋은 대사는 반복적으로 쓰면 되니까. 그런데 <월간 집>은 사전제작 드라마였기 때문에 청취자의 반응을 살필 수가 없었어요. 이번 드라마에선 ‘스탑’, ‘침착하게~’, ‘그게 무슨 의미가 있니?’ 같은 대사를 자주 썼는데, 등장인물을 만들 때 ‘각자 역할에 맞는 캐릭터를 살려주는 특징적인 말투가 없을까’라는 생각을 하거든요. 그 과정에서 주변 사람들의 말투나 습관 같은 걸 녹여서 사용하는 편이에요. <혼술남녀>라는 드라마를 할 때 같이 작업하는 감독님이 “오늘 한잔 쓱~” 이런 얘기를 항상 하셨는데, 그걸 대사로 녹여낸 거였고요. 이번 <월간 집>에서도 편집장이 ‘침착하게’라고 강조하는 대사가 있는데, 그것도 감독님이 습관적으로 쓰는 말이거든요. 그리고 극 중 여의주의 대사 ‘그게 무슨 의미가 있니?’는 방송인 서장훈 씨가 잘 쓰는 말이에요. 심드렁한 말투가 재미있어서 ‘언젠가 한 번은 써먹어야겠다’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여의주라는 캐릭터랑 맞겠다 싶었어요.

<월간 집>, JTBC 제공

<월간 집>을 보면 삼각관계가 등장하긴 하지만, 악역이 등장하지는 않아요. 악역 없는 드라마를 쓰는 이유가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태생이 시트콤이고 코믹 드라마를 많이 하다 보니까, 서사가 강하거나 극적인 요소로 팽팽하게 날이 선 드라마를 쓴 적이 아직 없어요. 오늘 못 보고 내일 봐도 지장이 없는 드라마를 쓰고 싶었고, 드라마를 보면서 하루의 스트레스를 날리는 정도면 만족해왔는데, 그게 어찌 보면 한계인 것 같기도 해요. 예능형 드라마의 경우, 등장인물의 캐릭터를 알아가면서 정이 들고 친구처럼 익숙해질 시간이 필요한데, 미니시리즈 주인공에게 예능형 드라마의 요건을 담다 보니 정들만하니까 드라마가 끝날 때가 되더라고요. 그 시간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선 결국 초반부터 악역이 등장해서 주인공과의 대결 구도를 만들고, 그런 전개를 통해 드라마의 다음 내용이 궁금해지는 극적인 요소를 더 넣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래서 다음 작품에 대한 고민이 좀 많아졌습니다.

보통 드라마를 쓸 때, 작가들이 가장 고민을 많이 하는 부분이 짧지 않은 집필 기간에 작가로서의 나와 생활인인 나를 분리하는 일인 것 같습니다. 일과 생활 어떤 식으로 구분을 하셨나요?

대부분의 작가들이 그렇겠지만, 집필을 하다 보면 on/off가 잘 안되거든요. 그래서 집에 가면 와이프로, 엄마로, 딸로 모드가 바로 바뀌어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돼서 짜증도 내고 예민하게 굴었어요. 사실 <혼술남녀>와 <시를 잊은 그대에게>를 집필하던 때는 tvN 예능국에 소속되어 있었기 때문에, 시즌제 드라마 쓰듯이 출퇴근을 하면서 집필을 했어요. 그러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작업실에서 글을 썼는데, 이러다가 죽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일이 끝나서 집에 오면 무조건 한강을 걸었어요. 마음속으로 일에 관한 부분의 스위치를 ‘off’ 하기 위한 나름의 방법이었죠. 그래야 가족들에게 피해를 덜 줄 것 같았고, 실제로도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학교 졸업 이후 쭉 방송작가로 드라마 작가로 일해오고 계시잖아요. 드라마 작가여서 좋은 점도 있고, 때론 나쁜 점도 있을 것 같아요. 어떤가요?

아마도 방송작가, 드라마 작가라서 좋은 점을 얘기하라고 한다면 ‘많은 사람에게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다’라는 점인 것 같아요. ‘글을 쓴다는 건 어떤 결핍에서 시작된다’라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 나의 결핍과 나의 만족을 위해서 쓰는 글이 많은 사람에게 보이는 것은 좋은 거니까요. 게다가 드라마는 소설과는 또 다르잖아요. 소설은 서점에 가서 책을 찾아 펼친 이후에야 내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데, 드라마의 경우는 접근성이 좋잖아요. 집에서 밥을 먹다가 누군가 틀어 놓은 드라마를 함께 보게 되는 경우도 있으니까, 노출 빈도가 종이책보다 훨씬 크다는 점은 확실한 장점이고 매력인 셈이죠.

방송작가라서 안 좋은 부분은 일의 실적이나 결과가 대중에게 노출되어 있다는 걸 거예요. 주변 지인이나 친구들을 보면 무슨 일을 하는지는 알아도 회사에서 어떤 위치이고, 어떤 결과를 내는지까지는 알 수도 없고 알 필요도 없잖아요. 그런데, 작가의 경우엔 매회 시청률이 바로바로 공개가 되죠. 그리고 시청률은 곧 그 작가의 실적으로 연결이 되니까, 그냥 옷을 벗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필명을 써볼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늦었죠, 뭐!(웃음)

아마도 방송작가, 드라마 작가라서 좋은 점을 얘기하라고 한다면 ‘많은 사람에게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다’라는 점인 것 같아요. ‘글을 쓴다는 건 어떤 결핍에서 시작된다’라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 나의 결핍과 나의 만족을 위해서 쓰는 글이 많은 사람에게 보이는 것은 좋은 거니까요. 게다가 드라마는 소설과는 또 다르잖아요. 소설은 서점에 가서 책을 찾아 펼친 이후에야 내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데, 드라마의 경우는 접근성이 좋잖아요. 집에서 밥을 먹다가 누군가 틀어 놓은 드라마를 함께 보게 되는 경우도 있으니까, 노출 빈도가 종이책보다 훨씬 크다는 점은 확실한 장점이고 매력인 셈이죠.

방송작가라서 안 좋은 부분은 일의 실적이나 결과가 대중에게 노출되어 있다는 걸 거예요. 주변 지인이나 친구들을 보면 무슨 일을 하는지는 알아도 회사에서 어떤 위치이고, 어떤 결과를 내는지까지는 알 수도 없고 알 필요도 없잖아요. 그런데, 작가의 경우엔 매회 시청률이 바로바로 공개가 되죠. 그리고 시청률은 곧 그 작가의 실적으로 연결이 되니까, 그냥 옷을 벗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필명을 써볼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늦었죠 뭐!(웃음)

드라마에 아주 트렌디하게 현실 반영을 해내시는 걸 보면서, ‘명수현 작가 = 생활밀착형 작가’라는 생각을 했어요. 동시에 ‘최근엔 또 어떤 것에 관심을 두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도 생겼고요. 그 관심이 결국 새로운 드라마로 나오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원래 프로그램이 하나 끝나고 나면 작품 생각을 한동안 안 하려고 여행도 가고 했었어요. 요즘은 상황이 달라져서 아침마다 요가를 합니다. 그리고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는 루틴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대중의 트렌드도 살피면서, 평소에 보고 싶었던 책도 보고, 반대로 전혀 관심 없는 분야의 책을 일부러 찾아보기도 하죠. 밀린 드라마나 영화도 보고요. 아직까지 확 꽂히는 무엇을 찾진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식의 접근을 하다 보면, 이전과 비슷한 드라마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그래서 요즘은 OTT 플랫폼도 많으니까 내가 강점을 가진 시즌제 시추에이션 드라마에 다시 도전해볼까 싶기도 하고, 아예 방향을 틀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쫀쫀한 서사 위주의 드라마를 써볼까 싶기도 하고… 생각이 좀 많은 시기인 거 같아요.

프랑스의 극작가 니꼴라 샹포르는 “모든 날 중 가장 완벽하게 잃어버린 날은 웃지 않은 날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시종일관 웃음기 띤 얼굴로 인터뷰 내내 이야기를 이어가는 그녀는 천상 이야기꾼이었다. ‘사진 잘 나오고 있나요?’라며 중간중간 머리를 쓸어 올리는 명수현 작가의 모습에서, ‘다음 작품 역시 분명 유쾌한 작품이 나오겠구나’라는 짐작을 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웃을 준비를 하고 그녀의 다음 작품을 기다려야겠다.

명수현 작가

1996 MBC <남자 셋 여자 셋>
1999 MBC <점프>
2000 MBC <논스톱>, <뉴논스톱>
2001 MBC <연인들>
2003 MBC <논스톱4>
2008 tvN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 3
2009 tvN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 5
tvN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 6
2010 tvN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 7
tvN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 8
2011 tvN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 9
2012 tvN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 10
tvN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 11
2013 tvN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 12
2016 tvN <혼술남녀>
2018 tvN <시를 잊은 그대에게>
2021 JTBC <월간 집>
error: Content is protected !!
방송작가10월호_로고

방송작가 구독신청 / 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