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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en Shooting,
친환경 드라마 제작의 첫걸음

김세환 독일 해외통신원

  • 한국콘텐츠진흥원 정책본부 연구원

친환경 방식 제작의 첫 시도

독일 공영방송 hr(Hessischer Rundfunk)는 8월에 친환경 방식으로 제작한 첫 번째 TV 드라마 <Die Luft, die wir atmen>(The Air We Breathe)을 선보였다. 이 드라마는 EU 차원의 친환경 제작 이니셔티브인 ‘Green Shooting’에 따라, 독일 전역에서 해당 이니셔티브를 주관하는 바덴뷔르템베르크(Baden-Württemberg)주 방송영화기구 MFG(Medien- und Filmgesellschaft)의 파일럿 프로젝트 <100 grüne Produktionen>의 첫 결과물이다.
방송 시점까지 측정된 <Die Luft, die wir atmen>의 제작 관련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약 58,625kg이었다. 이것은 기존 제작방식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7.52% 줄인 수치이다. 특히 기존 방식과 비교해보면, 친환경 제작의 실효성을 확인할 수 있다. 1970년부터 제작된 독일 최고의 인기 TV 드라마 <Tatort>(타트오르트)는 에피소드당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00,000~120,000kg에 이르고, 독일에서 제작되는 블록버스터 영화는 무려 500,000kg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Die Luft, die wir atmen>의 수치는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hr의 제작책임자 도미닉 디어스(Dominik Diers)는 “hr의 드라마 제작진은 지속가능성에 많은 책임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는 기후변화에 맞서야만 하고, 실제로 맞서고 있습니다. 이제는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합니다”라고 말하며 “Die Luft, die wir atmen”의 의미를 설명하였다.

hr <Die Luft, die wir atmen> , 필자 제공

기획부터 현장 전력, 소품까지

친환경 제작의 실질적 결과를 끌어내기 위해, 해당 드라마의 친환경 제작방식을 컨설팅한 파비안 린더(Fabian Linder)는 프리 프로덕션-프로덕션-포스트 프로덕션으로 이어지는 제작 전 과정에 변화를 주었다. 먼저 작가에게 친환경 제작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도록 독려하였다. 예를 들어 촬영지 수를 줄이고, 세트 건설이나 변경을 최소화하며, 배우들을 가능한 오랫동안 함께 투입하여 이동을 줄이도록 대본을 구성하였다.
촬영지 섭외에서는 드라마 스토리에 적합한 동시에 분장, 의상, 배우 대기 등을 위한 트레일러가 필요 없을 만큼의 충분한 공간을 제공하는 장소를 찾아냈다. 이에 따라 드라마는 소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로 유명한 독일의 작은 마을 타우누스(Taunus)의 오버라이펜베르그 유스호스텔(Jugendgergerge Oberreifenberg)에서 촬영을 진행하였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유스호스텔을 이용하면서 촬영 현장의 전력 소비를 위한 발전기 사용을 줄일 수 있었다. 드라마의 로케이션 매니저였던 로베어트 헤어텔(Robert Hertel)은 고전압 케이블을 유스호스텔의 친환경 배전함에 연결하는 것이 어려웠지만, 발전기 운반을 위해 경유 트럭을 이용하지 않으면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제작현장에서 채택된 친환경 제작방식을 살펴보면 미술팀은 친환경 원단과 자재를 사용하고, 이전에 제작된 드라마의 소품을 재활용하였다. 의상팀은 소품을 구매하는 대신에 대여했으며, 구매가 불가피한 경우에 중고제품을 선택하였다. 또한 친환경 세제로 의상을 세탁하였다. 분장팀은 재활용 소재로 만든 메이크업 도구와 유기농 화장품을 이용했으며, 음향팀은 모든 배터리를 재활용 배터리로 교체했다. 조명팀은 LED 전구로 교체하여 전력 소비를 40% 이상 줄였다. 특수효과팀은 인공눈을 만들기 위해 수돗물 대신에 주변 농지에서 빗물을 모아 활용하였다.
이외에도 제작진은 촬영지 이동을 위해 전기차 혹은 하이브리드차를 이용했으며, 출연진은 에너지 소비가 많은 호텔 대신 주택을 빌렸고, 이동 시 비행기 대신 기차를 이용했다. 대본은 노트북에서 확인하도록 디지털 방식으로 제공하였고, 불가피하게 인쇄할 때 재생 용지를 이용하였다. 촬영장에는 분리수거함을 설치하여 쓰레기를 처리하였고, 제작 스태프에게 플라스틱 컵 대신에 머그컵을 제공하여, 일회용 생수병 대신에 식수대를 이용하도록 했다. 케이터링에서는 육류 제공을 최소화하였고, 촬영지 근처의 제철 음식과 유기농 식자재를 구매하였다. 드라마를 연출한 마르틴 엔렌(Martin Enlen)은 “이제 드라마 촬영은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공영방송이 친환경 방식으로 자체 제작을 시도한 것은 대단하고,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이 드라마는 새로운 시대를 열었습니다”라고 자평하였다.

필자 제공
필자 제공

집필 과정에서 시도할 수 있는 친환경 제작 참여

독일 현지의 보도에 따르면, <Die Luft, die wir atmen> 제작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무엇보다도 코로나19 확산이 친환경 제작을 가로막았다. 촬영은 번번이 취소되고, 스태프는 개별 차량으로 이동해야만 했으며, 케이터링은 플라스틱 가림판을 세운 채 일회용품으로 포장된 음식만 제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제작진은 코로나로 중단되기 전에 친환경 제작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충분한 양의 이산화탄소를 조기에 감축하였다. 또한 주관기관과 협의하여, 친환경 제작목표를 조정하는 유연성을 발휘하였다. 친환경 제작의 성공에 힘입어, hr은 2021년에 <Tatort>의 에피소드 2편을 친환경 방식으로 제작하고 있으며, 추가로 4편의 드라마를 친환경 방식으로 계획하고 있다. 이에 대해 hr 사장 만프레드 크루프(Manfred Krupp)는 “우리는 공영방송이 지속가능성을 이해한다는 사실을 시청자에게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방송사가 같이 해야 좋아질 수 있습니다”라고 언급하였다.
아직 친환경 제작에 대한 초점은 실제 촬영장에서 취할 수 있는 행동에 맞춰져 있어서, 방송작가에게 기대하는 부분은 크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기획과 원고 집필에서 친환경을 실현하려는 시도가 점점 늘고 있다. 예를 들어, 독일에서 친환경 제작 이니셔티브를 주관하는 MFG는 방송작가를 포함하여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 실현 가능한 친환경 방식으로 에너지를 덜 소모하는 독서등 켜기, 친환경 재생 용지 이용하기, 양면 인쇄하기, 잉크를 30%까지 줄일 수 있는 얇은 펜 혹은 폰트 이용하기 등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작은 실천이 모여, 지구를 지키기 위한 큰 발걸음으로 이어지도록 국내 방송작가도 동참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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