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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도쿄올림픽과
일본 미디어의 격(格)

황선혜 일본통신원

  • 게이오기주쿠대학 미디어디자인학 박사
  • 한국방송작가협회 회원, 현재 일본 도쿄 거주

‘코로나’와 ‘올림픽’ 사이, 여론 눈치 보기

진심을 담은 극진한 접대를 뜻하는 ‘오모토나시’를 캐치프레이즈로 올림픽 유치 성공을 이끈 일본 도쿄. 2011년 3.11동일본대지진의 재해를 극복하는 ‘부흥 올림픽’을 목표로 스포츠 문화축제를 한판 벌일 계획이었다. 그런데 2020년 코로나가 전 세계에 확산하면서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연장을 강행, ‘코로나를 극복한 증거의 올림픽’으로 개최 의의는 바뀌었다. 개최가 1년 연장되면서 시간 벌이에는 성공했지만, 부실한 방역과 미흡한 대책으로 결국 제4차 감염자 확산을 맞이하며 긴급사태선언 중에 올림픽 개최를 했다.
올림픽은 매스미디어에 의해 기획과 편성된 대규모 미디어 이벤트 중의 하나다. 그러나 2020도쿄올림픽은 좀 달랐다. 각 매스미디어들은 올림픽 미디어 이벤트를 주도하는 당사자지만, 코로나 확산의 심각성과 정부의 코로나 대책 실패에 따른 일본 국민들의 불신 여론에 적극적으로 눈치 보기를 시작했다. 각 방송국에서는 올림픽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며 개최 비판을 기조로 하는 올림픽 특집 보도는 거의 편성과 보도를 하지 않았다. 메인 뉴스의 스포츠 코너에서만 선수들의 각오와 훈련을 소개하는 정도였다. 사실 코로나도 코로나지만,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회장의 여성멸시 발언, 개막식 총감독의 외모 비하, 개막식 음악 감독의 과거 학교 폭력, 거슬러 올라가면 올림픽 스타디움 건축디자인 변경과 엠블럼 표절 등 일본 국민들이 올림픽을 순수하게 반기기에는 적지 않은 문제들 투성이었고 부정적 여론은 점점 높아져갔다. 아사히신문사 여론조사에 따르면 개최 일주일 전, 국민의 68%가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올림픽은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전했다¹⁾. 비슷한 시기에 올림픽 공식 스폰서인 도요타 자동차도 마케팅 전략을 바꾼다는 명목으로 올림픽 TV CM 중지를 발표했지만, 내외부에서는 일본 국민들의 올림픽 부정 의식을 고려한 판단이었다고 전했다.

TV 중계가 시작되면 국민들의 의식도 바뀐다!?, 메달 러쉬에 180도 전향

올림픽 사상 첫 무관중으로 개최한 2020도쿄올림픽. 여론 눈치 보기에 전전긍긍한 일본 미디어는 개막과 동시에 손바닥 뒤집듯 180도 바뀌었다. 코로나 신규감염자는 일본 메달 러쉬에 뒤질세라 매일 최다를 갱신하는 폭발적인 증가를 초래했지만 뉴스나 정보 프로그램의 코로나 보도 분량은 개막 전과 비교해 터무니없이 줄어들었다. 한 미디어의 조사에 따르면, 7월 27일 당일 올림픽 관련 방송 분량이 NHK(종합, 교육)는 약 23시간, 민간방송국(니혼TV, 아사히TV, TBS, 도쿄TV, 후지TV)은 약 22시간으로 메달리스트 관련 특집방송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밝혔다²⁾. 또한, 7월 25일 아사히TV는 당일 올림픽 방송이 17시간을 넘었다고 조사 발표했다³⁾. 각종 정규 정보 프로그램에서도 최소 한 시간 이상 올림픽 관련 보도를 집중적으로 다뤘으며, 방송국 스포츠 관계자는 예상외로 쏟아지는 메달 러쉬에 메달리스트의 감동 비화 프로그램 제작 스케줄이 못 따라갈 정도라고 전했다.
반면, 최다 신규감염자를 갱신하는 나날이 계속되는 가운데 의료체제의 심각성을 파악한 일본 정부는 올림픽 기간 중인 지난 4일, 양성자 입원 제한 방침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전문가들과의 의견수렴 없이 의료 혜택을 통제하겠다는 정부 방침에도 불구하고 일본 미디어는 올림픽 감동을 전달하는 것에 열광할 뿐이었다.

NHK WORLD 2020도쿄올림픽 폐회식 보도, 화면갈무리

개회식과 폐회식을 통해 본 일본 갈라파고스

5년 전, 리우올림픽 폐회식에서 보여준 도쿄올림픽 세리머니는 호평을 받았다. 애니메이션 캐릭터인 도라에몽이 건네준 공을 인기게임인 ‘수퍼 마리오 브라더스’의 마리오가 배관을 통해 지구 반대편의 리우 폐회식장으로 가는 연출은 애니메이션과 캐릭터, 게임으로 소프트파워 강국의 일본을 명확히 선보였다. 반면, 실제 2020도쿄올림픽의 개회식과 폐회식에서는 리우의 연장선상의 연출은 어느 한 곳도 없었다. 코로나로 우여곡절 끝에 개최된 세계의 문화축제이기에 현실의 극복과 미래의 희망을 전달하는 메시지가 간절했지만, 어느 무대에서도 느낄 수 없었다. 그렇다고 일본 문화의 집대성을 표현한 것도 아니었다. 오디오를 끄고 영상만 보면 호스트가 일본이라는 연출이 결여되었고 각각의 퍼포먼스의 스토리텔링, 전 세계의 감동을 나눌 수 있는 보편적 요소도 부족했다. 만화, 게임, 애니메이션, 캐릭터 등 콘텐츠 강국으로 최첨단 미래주도형의 엔터테인먼트를 선보이겠다는 의지는 사라지고 역대 최고의 비용(개회식 165억 엔⁴⁾)만 국민들에게 전해졌을 뿐이었다.

인간에게 비교적 일관되게 나타나는 성격과 그에 따른 독자적인 행동 경향을 인격(人格)이라고 했다. 2020도쿄올림픽은 ‘일본 미디어의 격(格)’을 파악하기엔 충분했으며, 개인적으로 아쉬움과 안타까움의 올림픽으로 기억남을 듯하다.

1) https://www.asahi.com/articles/ASP7L7H2PP7HUZPS006.html
2) https://news.yahoo.co.jp/articles/1093a1d48cacd65cb73979bc21c6481444b69ae4?page=1
3) https://www.j-cast.com/trend/2021/07/27416950.html?p=all
4) https://www.cstoldme.com/olympic-opening-f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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