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작가

특집3_사진-교체

정연우 세명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

  • 現 방송통신위원회 방송광고균형발전위원장
  • 세명대학교 사회과학대 학장 역임
  • 방송위원회 심의위원, 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공동대표,
  • 한국언론정보학회장, 언론중재위원,
  • 방송통신위원회시청자권익보호위원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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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광고, 방송의 선택

방송 광고 심의에 거는 기대

특집3_사진-교체

정연우 세명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

  • 現 방송통신위원회 방송광고균형발전위원장
  • 세명대학교 사회과학대 학장 역임
  • 방송위원회 심의위원, 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공동대표,
  • 한국언론정보학회장, 언론중재위원,
  • 방송통신위원회시청자권익보호위원 역임

광고에 대한 사회적 호감은 그리 높지 않다. 시장경제체제를 운용하는 핵심적 메카니즘이면서도 그리 환영받지 못하는 셈이다. 어떻게든 우리를 유혹하거나 설득하여 광고주의 주머니를 채우려는 데 그 본질이 있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광고주들은 어떻게든 가장 효과적으로 설득하기 위한 아이디어와 전략을 짜내려 하지만 그게 사회적 부작용을 가져올 수도 있다.

표현의 자유와 규제 사이

광고도 자신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정보나 의견을 전달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당연히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 따라서 어떠한 종류의 사전 검열도 인정되지 않는다. 헌법재판소는 2008년 6월 26일 방송 광고에 대한 사전심의를 규정한 방송법을 위헌으로 결정했다. 행정주체인 방송위원회가 심의에 관여하고 심의를 받지 아니한 방송 광고물은 방송을 할 수 없도록 방송법에 규정한 것이 헌법을 위배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광고는 사회적 영향력이 크고 자칫하면 사회적 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으므로 표현의 자유를 온전히 보장할 수만은 없다. 특히 건강기능식품, 의약품, 화장품, 부동산이나 금융상품 등은 사회적 피해가 발생하면 그것을 되돌리기 어려울 수도 있다. 피해자가 권리를 회복하는 절차도 복잡하고 피해입증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미리 예방적 차원의 제도가 필요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광고주인 사업자들이나 매체사인 방송사의 자율적 사전심의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사후규제라는 이중적 심의체계가 자리 잡게 되었다.

광고에 대한 심의를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공정한 시장 경쟁의 질서 유지이다. 소비자를 오도하거나 기만하는 광고가 소비자 피해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경쟁사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이나 부당한 기준으로 비교하는 것도 규제대상이다. 시장 경쟁을 교란할 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사회문화적 이유다. 한 사회의 건전한 규범과 가치, 윤리의식을 침해할 수 있다. 사회적 고정관념을 강화하거나 특정 집단이나 대상에 대한 편견을 조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방송 광고에서 공정한 거래질서에 관련한 내용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재를 하기도 하지만 가치나 문화적 요소에 대한 심의는 오롯이 방송 분야의 영역이다. 허위나 과장 등과는 달리 문화적 요소는 규정을 위반한 것인지를 판단하기가 모호한 경우가 많다. 방송 광고에 관한 심의규정에는 ‘인간의 존엄성 및 생명을 경시하는 표현이나 폭력, 범죄, 반사회적 행동을 조장하는 표현, 과도한 신체의 노출이나 음란․선정적인 표현, 불쾌감이나 혐오감을 유발하여 시청자의 윤리적 감정이나 정서를 해치는 표현’ 등을 금지하고 있다. 인권 보호를 위해 ‘정신적·신체적 차이를 조롱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되고 인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020년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의결한 방송광고심의제재 294건 중 허위과장 등 진실성 위반내용이 32.6%로 가장 많았다. 폭력성이나 선정성 등 품위 위반이 8.2%, 차별금지가 3.7%, 어린이 청소년 보호 위반이 3.1% 등 사회문화적 이유로 인한 제재가 15%였다.

보편적 가치를 담은 신설 규정 ‘차별금지조항’

2019년 개정 및 신설된 방송광고심의규정 13조 차별금지조항은 다양성과 개방성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만하다. 제1항은 ‘국가, 인종, 연령, 직업, 종교, 신념, 장애, 계층, 지역 등을 이유로 차별·편견·갈등을 조장하는 표현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2항은 ‘성을 균형 있고 평등하게 묘사하고 특정 성(性)을 부정적, 희화적으로 묘사하거나 고정관념을 조장하는 등 왜곡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였다. 2020년에는 이 조항을 적용하여 피부 관리 또는 노화 방지에 대한 관심은 성별과 관련이 없는데도 상품의 소구 대상이 여성으로 국한된다는 인식을 은연중 드러낸 한 콜라겐 제품 광고를 방송한 tvN에 대해 ‘권고’를 결정하였다. 치장에 소홀할 여성을 힐난하는 투로 “언니, 뭐 믿고 콜라겐 안 먹어요? 나도 먹는데”라고 말하는 내용이었다. 이는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조차 되지 않을 만큼 방송 광고에서 표현된 성 역할은 여전히 불평등하다. 2019년 TV 광고 총 863편, TV홈쇼핑 7개 채널, 유튜브 광고 524편을 모니터링한 서울YWCA는 “남성은 직업적인 고민을 많이 하는 사람, 여성들은 자신의 꾸밈에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 해석되며 궁극적으로 남성에게는 능력, 여성에게는 외모가 중요 가치라는 성차별적인 인식을 강화한다”고 지적했다. TV 광고에서 여성이 육아나 요리, 빨래 등 가사, 타인을 돌보는 역할로 나온 사례는 모두 32건인 반면 남성은 12건에 그쳤다. 여성은 부드럽고 친절하며 남성은 진취적이고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존재로 그려졌다. 특히 게임 광고 등에서 성차별적 요소가 표현될 우려가 높다. 더구나 게임 광고의 소구 대상이 청소년들이라는 점에서 더욱 세심한 심의가 필요하다.

광고계는 우리 현실의 모습이고 광고는 그것을 반영할 뿐이라고 둘러댈 수도 있을 것이다. 현실성이 있어야 공감이 높아져 광고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실 광고주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광고효과이므로 그러한 주장은 일면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방송사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광고주의 대변자가 아니다. 시민과 사회에 대한 공적 책임을 수행해야 하는 존재이다. 따라서 광고가 좀 더 전향적으로 시대변화에 기여하도록 할 책임이 있다. 방송광고심의규정에 차별금지 조항을 신설하는 데서 더욱 나아가 실제로 광고물에 투영되도록 심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심의 수위의 척도, 시대와 사회상을 담고 있어야

같은 규정이라도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하느냐에 따라 사회적 파급효과는 큰 차이가 나타난다. 각종 방송 콘텐츠, 영화, 게임, 유튜브 등에서 온갖 차별과 혐오, 편견의 표현이 ‘표현의 자유’라는 탈을 쓰고 차고 넘치는데 광고에만 엄격한 공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타당하냐는 볼멘 주장도 있을 법하다. 하지만 방송은 다른 어떠한 매체보다도 공적 성격이 높고 방송 광고는 방송의 일부이다. 심의 수위는 광고 표현의 사회적 허용 수준을 재는 척도이다. 따라서 그 척도는 시대와 사회상 그리고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와 문화를 담고 있어야 할 것이다. 사회 전반의 차별과 혐오 등은 여전히 한국사회의 갈등과 증오를 증폭시키는 요인이다. 편협한 자국 문화 중심주의를 넘어서 인류 보편적 가치를 수용하는 개방적 사회로 나아가는 데 방송 광고도 힘을 보태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영국 등 북유럽은 성차별을 포함하여 차별적 광고에 대해 엄격히 규제한다. 관용의 사회, 성 평등 사회를 향한 사회적 의지가 광고제도에도 확고히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광고주들과 제작진 그리고 방송사들도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방송 광고 심의는 변화의 촉매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방송 광고의 품격과 수준을 결정하는 심의

한편 표현의 자유를 좀 더 확대해야 할 조항도 있다. 예컨대 비교광고에 대한 규제를 담고 있는 제16조이다. 제1항은 ‘경쟁 관계에 있는 상품·용역 또는 기업을 부당한 방법으로 비교하여서는 아니 된다’로 규정했다. 하지만 방송통신심의에서 2018년에서 2020년까지 부당한 비교광고로 제재를 받은 것은 한 건도 없다. 명백한 허위 사실이거나 부당한 근거로 비교하여 소비자의 오인을 가져오는 표현은 마땅히 규제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다양한 유머와 크리에이티브로 은근히 경쟁제품이나 서비스와 비유하는 것은 광고 표현을 더욱 풍부하게 할 수 있을 것이고 광고 소구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 방송된 코카콜라와 펩시, 맥도날드와 버거킹의 비교광고는 소비자에게 쏠쏠한 재미와 즐거움을 준다. 한국 사회에서 그러한 비교광고가 얼마나 공감과 소구력을 이끌어낼지를 판단하는 것은 광고주의 몫이다. 다만 심의는 그러한 표현할 수 있는 길을 막지 않고 터주면 될 일이다.

방송 광고는 시대의 거울이면서 동시에 시대정신의 조성자가 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광고주인 사업자나 방송사에만 기대하기 어렵다. ‘Environment’, ‘Social’, ‘Governance’는 개별 기업을 넘어 글로벌 시장 한국사회의 미래를 결정할 핵심적 가치로 잡아가고 있다. 방송 광고에서도 그러한 가치가 더욱 잘 녹이고 나아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시킬 책임이 방송 광고 심의에 주어져 있다. 방송사의 자율적 심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에 대비하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어떠한 기준으로 어떻게 심의 결정을 하느냐가 방송 광고의 품격과 사회문화적인 수준을 결정하는 방향타이다. 큰 틀에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사회적 가치를 잘 반영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차별금지 조항의 적극적 해석과 심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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