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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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매스컴학 박사

  • 前 제일기획 카피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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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광고, 방송의 선택

크리에이티브한 협찬은,
돈도 명분도 다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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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매스컴학 박사

  • 前 제일기획 카피라이터

앰비언트(Ambient) 라는 용어가 있다. 주로 ‘앰비언트 마케팅’, ‘앰비언트 광고’ 등으로 붙여서 쓰는 경우가 일반적이고, 그동안 전통적으로 사용하던 미디어들만 광고나 마케팅에 사용할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세상 모든 것’을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개념이자 트렌드다. 이는 기존 미디어를 통해 노출되는 상업적 소구방식에 대해 많은 소비자들이 광고회의주의(Advertising Skepticism)와 광고회피주의(Advertising Avoidance)를 장착하는 과정에서 기업을 비롯한 주체들이 나름의 마케팅 효과를 희망하며 등장시킨 대안이라 하겠다.

상업적 수단이라는 인식에서 ‘전략’으로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정말로 ‘세상 모든 것’이 기존의 광고 및 마케팅 매체를 대신해서 사용될 수야 없을 것이다. 어느 정도는 현실성도 있어야 하고, 투자 수준도 적당한 선에서 대안을 찾게 되니 말이다. 오랜 시간 관습적으로 사용되던 흔한 수단들을 제외하고, 그래도 최대한 가까워 보이는 콘텐츠나 장르, 수단에서 대안을 찾는다면, 활용 테크닉에 따라서는 종종 대박을 기대할 수도 있는 ‘앰비언트’는 너무나 다양한 형태로 제작되고 있는 ‘프로그램’들이 아닐까 싶다.

개별 프로그램, 즉 소중한 미디어 콘텐츠를 한낱 상업적 수단으로 본다며 발끈하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으나, 사실상 프로바이더에 의해 제작되는 거의 모든 프로그램들이 협찬을 떠나 생각할 수 없음을 직시한다면 논의에 동의하지 않으실까 감히 생각해 본다. 지상파 뉴스조차 중간을 뚝 잘라 1, 2부로 나누고 있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말이다. 한참 동안, PPL(Product Placement)로 대표되는 고전적인 간접광고나 그 외 협찬 ‘등등’이 이래저래 좋은 인식을 가지지 못했던 것은 명백한 사실로 보인다. 특히나 미디어 콘텐츠를 소비하는 수용자 입장이 적용되는 논의에서는 부정적 측면이 부각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개별 프로그램에 상업성이 과도하게 침입하며 퀄리티를 해친다는 의견이 주였고, 결국 콘텐츠에 대한 몰입도가 떨어지며 시청에도 방해가 되는, 다소 천박한 장치로 몰아붙이는 경우도 없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세계 최고’라고 할 정도로 극도의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우리의 콘텐츠 시장에서, 이제 개별 프로그램의 생존에는 일정 부분 협찬 전략(Sponsorship Strategy)이라 부를 정도의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 되었음은 엄연한 현실이라 믿는다.

크리에이티브로 모색하는 공존

그렇다면, 과연 협찬이든 뭐든 재원의 충분한 확보를 디폴트로 설정할 경우 제작자의 마음가짐은 어떠해야 할까. 관련 연구자로서, 감히 다음 세 가지 정도를 나이브하게 제언해 본다.
첫 번째는, 협찬의 주체를 단순한 클라이언트(Client)로만 보지 말자는 것이다. 다소 추상적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제작자는 어떤 형태로든 재원을 부담하는 제품이나 브랜드, 기업을 콘텐츠 속 스토리 가운데 꽤 중요한 지점에 적절하게 삽입하여 온전히 녹이겠다는 잔인한 결심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활용에 있어 황금 원칙이야 있을 리 없겠지만, 소비자의 눈높이에서 살펴보면 협찬이나 PPL을 거추장스러운 ‘갑’으로 취급하지 않고 크리에이티브하게 녹인 사례들은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다. 다시 보기와 OTT 등에서 여전한 강자로 플레이 중인 <미스터 션샤인> 속에는 잘된 예들이 너무나 자주 등장한다. 주인공 아씨와 함안댁이 정신없이 먹던 망고빙수부터, 구동매가 잊지 않고 하나씩 까먹던 알사탕까지, ‘불란셔 제빵소’로 명명된 한 베이커리 브랜드는 프로그램 속에 극적으로 녹아들어 “몰입에 방해!”라는 클리셰를 보기 좋게 극복했다. 아니 그냥 어쭙잖게 극복한 정도가 아니라, 그 자체로 엄청난 화제를 만들며, 관련 아이템들이 MZ세대를 비롯한 다수의 소비자에게 ‘굿즈화’되는 대박까지 만들었던 것이다. 그뿐이 아니었다. 프랜차이즈 커피와 마트료시카 인형 등도 정말 ‘기가 막히게’ 쏠쏠한 재미가 되어 시청자와 프로그램의 브릿지가 되었다. 단일 화면에 등장하는 PPL과 협찬이 정말로 적지 않은 케이스였으나, 스토리 흐름을 해친다는 등 부정적 반응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두 번째 제언은, 개별 프로그램은 가장 매력적인 ‘광고 플랫폼’일 수도 있다는 전향적(?) 생각으로 작심하고 브레인스토밍을 진행하시는 방법도 감히 말씀드려 본다. 어차피 최근 미디어 환경이 고전적이며 전통적인 정의에 의한 광고만 나타나는 상황이 아니라면, 특정 프로그램이 제시하는 협찬의 방식은 적법한 수준에서는 얼마든지 튀어도 된다는 뜻이다. 세상에 없던 광고 미디어,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콘셉트로 욕심을 부려도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관련법을 위반하지 않는 수준에서, 매우 유니크한 협찬 스타일을 기획해서 클라이언트에게 역제안을 하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겠다는 뜻이다. 필자는 예전 모 방송국에서, 극심한 경쟁 환경을 이기는 미래전략을 주제로 강의를 한 적이 있었다. 향후 다수의 방송국은 광고 마케팅 업계 1위인 제일기획을 경쟁사로 설정해야 한다는 예측과 주장을 전달했다. 거의 모든 방송사와 콘텐츠 제작자들이 비슷비슷하게 제안할 수 있는 협찬이나 PPL 형태로는 원활한 스폰서십 리크루팅이 갈수록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도 보탰다. 광고주의 상황과 제품 종류, 타깃과 예산 범위를 고려해서 최적의 광고 형태와 콘텐츠를 제시하는 제일기획처럼, 그렇게 방송사나 제작자들도 프로그램 자체의 우수성과 함께 유니크한 광고 플랫폼의 역할도 보유했으면 좋겠다는 취지였다.

피할 수 없다면, 제대로 만들자

마지막 제언은 ‘협찬은 곧 노출!’이라는 올드한 개념을 버려주십사 하는 희망이다. 프로그램 제작자들도 협찬 클라이언트들이 간곡하게 바라는 ‘PR’에 대한 현실적 원리들을 온전히 이해해야 한다는 뜻이 되겠다. 매우 오랫동안, 특정 프로그램에 활용되는 PPL과 BPL(Brand Placement), 협찬의 기본은 해당 화면에 어느 정도, 얼마나 오랫동안 제품이나 브랜드가 노출되는가(Exposure)에 대한 단순한 이슈가 중요 관심사였다. 이는 기본적으로, 소비자들은 제품의 노출과 함께 (자동으로) 익숙해질 것이고, 아이템을 기억도 할 것이며, 마침내 매출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상당히 순수한 믿음이었다.

하지만 최근 다수의 자료는 ‘노출은 곧 매출’이 아닐 수 있다는 다양한 증거들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너무나 다양한 케이스 바이 케이스(Case by Case)인 홍보 상황들 속에서 오로지 노출만 효과라고 간주하는 방식은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사실 내키지도 않고, 쉬운 작업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우리 프로그램의 퀄리티가 훼손되지 않는 선에서 협찬의 주체들에게 어떻게 하면 실제적인 홍보 효과를 만들어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반드시 디폴트여야 한다고 믿는다. 노출의 빈도가 중요한 제품이 있고, 몇 번 안 되지만 결정적 시퀀스에 등장하는 방식이 어울리는 브랜드도 있을 수 있기 마련이다. 이 같은 ‘스폰서십 전략’에 대한 전문성은, 아마도 갈수록 제작진 모두에게 필요한 영역이지 싶다. “협찬,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는 좀 과해 보이고, “피할 수 없다면, 제대로 만들자!” 정도는 어떨까 한다. 예술성과 상업성의 마법 같은 컬래버레이션을 기대하며, 이 땅의 모든 제작진에게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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