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작가

특집1-1) 이정현 증명사진(수정)

이정현 연합뉴스 문화부 기자

  • 사회부, 정치부, 미디어여론독자부
KakaoTalk_20210506_1111111

달라진 광고, 방송의 선택

긴 기다림 짧은 효과, 지상파 중간광고

특집1-1) 이정현 증명사진(수정)

이정현 연합뉴스 문화부 기자

  • 사회부, 정치부, 미디어여론독자부
지상파 중간광고가 2021년 7월 1일 다시 허용됐다. 워낙 치열했던 찬반 논쟁에 1973년 금지된 지 무려 48년 만이다. 긴 논쟁의 과정 속 사실상 유사 중간광고인 프리미엄CM(PCM)이 시행 중이었기에 막상 시청자들로서는 크게 달라진 점을 체감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또 지상파 역시 불허보다는 낫지만 만시지탄 격으로, 기대했던 효과를 충분히 내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반응이다.

방송산업 정상화 vs 미디어 환경 부적응

지상파 중간광고를 둘러싼 찬반 논쟁은 결국 언론계 전체 광고 수익을 둘러싼 파이 전쟁과 연결돼 있다. 지상파를 대변하는 한국방송협회와, 신문사들을 대변하는 한국신문협회가 지상파 중간광고 재허용을 놓고 가장 치열하게 대립한 주체들이라는 점만 봐도 그 사실을 알 수 있다.
최근 유튜브를 위시한 각종 온라인·모바일 매체들이 주요 광고 타깃인 20~49세에게도 주류 플랫폼이 되는 등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면서 광고주들도 점점 전통적인 플랫폼의 광고를 줄이기 시작했다. 지난해와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다소 회복하긴 했지만 2019년 방송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상파 광고 수익은 해당 해에 전년보다 2천8억 원이 감소했다. 방송이 이러한 상황이니 신문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방송협회는 지상파에만 중간광고를 제한한 것이 비대칭 규제라고 줄곧 주장해왔다. 방송협회는 수년간의 입장문에서 “방송산업의 정상화를 위한 첫 단추가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이며, 지상파도 더 정상화된 시장 환경 속에서 당면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재도약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온라인 플랫폼에 광고 수익을 빼앗긴 지상파들의 호소로 2016년 PCM이 도입됐고 당해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지상파들이 얻은 추가 수익은 3천억 원 정도로 알려졌지만, 이 정도로는 적자를 해소하기 어렵다는 게 지상파들의 주장이었다. 특히 PCM은 형식적으로 하나의 콘텐츠를 두세 개로 쪼개는 것이라 시청 흐름도 방해하고 광고 효과도 중간광고보다 미흡하다는 이유도 있었다.

반면, 신문협회는 ‘시청자의 시청권 침해’를 들어 “지상파가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채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내놓지 못하고, 고비용 인력구조를 수술하지 않아 놓고 중간광고에 SOS를 친다”고 비판해왔다. 언론 시민단체들 역시 “방송의 사유화와 상업화를 더욱 부채질할 우려가 큰 전략이고, 사업자의 상업적 이익 추구를 전면 확대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렇게 찬반이 오랫동안 대립하는 사이 지상파는 PCM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주요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은 물론, 저녁 시간대 메인 뉴스에까지 광고를 도입하며 공격적인 수익 창출에 나섰다. 이를 두고 중간광고를 반대하던 측은 비판 수위를 더욱 높였고, 시청자들도 상당한 불편감을 드러냈다.

KBS 2TV 예능 <대화의 희열 3> 중간광고 예고 표시 (출처 KBS, 필자 제공)

중간광고 시행 후… 무엇이 달라졌고 얼마나 체감될까

하지만 지상파 중간광고가 재허용된 때는 이미 PCM이 시행된 지 4년 이상이 지난 시기다. PCM이라는 ‘적응 단계’가 없었다면 방송통신위원회 역시 중간광고 재허용을 강행하기 어려웠겠지만, 이미 상당수 시청자가 PCM에 적응한 상황에서는 지상파의 손을 들어주기 쉬운 환경이 됐다. 방통위는 지난 7월부터 지상파 중간광고를 공식 허용하면서 “글로벌 미디어 환경 변화에 대응해 방송 시장의 낡은 규제를 혁신함으로써 공정한 경쟁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몇 년 새 유튜브와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콘텐츠 제작 자본과 인력도 그쪽으로 집중되면서 지상파가 더더욱 코너에 몰린 상황이 됐고, 시청자들도 어느 정도 적응했다는 생각이 들자 방통위도 오랜 고심 끝에 지상파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번 방송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방송사업자 간 구분 없이 기존 유료방송과 동일한 시간과 횟수로 방송 매체 전반에 중간광고가 허용됐다. 광고 총량(편성시간당 최대 20/100, 일 평균 17/100), 가상·간접광고 시간(7/100)도 동일하게 규정했다. 다만 중간광고를 편성할 때 프로그램의 성격과 주 시청 타깃을 고려, 프로그램의 온전성이 훼손되거나 시청 흐름이 방해되지 않도록 전제를 달았다. 아울러 광고 시작 직전 광고가 시작됨을 명확하게 알 수 있도록 자막·음성 등으로 고지하고, 고지자막 크기(화면의 1/32 이상) 등도 촘촘하게 명시했다.
방송가에서는 지상파 중간광고 재허용으로 중간광고량이 PCM 시행 때보다 26% 늘어나고 시청자가 광고를 시청하는 시간도 9.5%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가 KBS 2TV와 MBC 주요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다. 사별로 중간광고 증가율은 KBS 2TV 23%, MBC 31%, 시청률 증가율은 평균 17%로 나타났다. 코바코는 “지상파는 킬러 콘텐츠는 물론 평균 시청률도 타 매체보다 높은 편으로, 중간광고 도입 시 유료방송보다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다양한 방식으로 임팩트 있는 광고가 가능해지고 시청자의 몰입도와 시청 호흡을 해치지 않도록 해 더 완성도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작 방송사들은 허용이 안 된 것보다는 당연히 반길 일이지만 중간광고가 너무 늦게 시행돼 도입을 주장하던 초기만큼의 기대효과는 이미 없어졌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기도 한다. 공식적으로는 “중간광고는 시청자와 광고주가 ‘윈윈’하는 효율적인 수익 모델”이라며 “중간광고 도입에 맞춰 광고 길이 위치, 시청자 안내 고지 등 법규를 준수하면서 시청자 이탈을 최소화할 수 있는 위치에 광고를 집행해 시청자와 광고주 모두 윈윈할 수 있게 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극적인 효과를 기대하기에는 어렵다는 목소리가 크다.
실제로 방송협회는 수년 전 연구 용역을 통해 중간광고 도입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을 350억~870억 원 등으로 추측하기도 했지만, 근래에는 드라마틱한 효과가 없을 것으로 보고 관련 연구를 진행하지 않았다.
시청자들은 중간광고 시행 후 거부감을 표시하면서도 큰 변화는 체감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스토리 흐름이 중요한 평일 미니시리즈에서는 일부 불만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중간광고가 많아야 프로그램이 오래간다”, “해외 돈을 무리하게 끌어오기보다는 차라리 중간광고가 낫다”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적지 않다.

중간광고 시행보다 중요한 방송 생태계의 도약과 복원

이처럼 오랜 논쟁 끝에 시행된 지상파 중간광고는 이제부터가 더 문제다. 지상파는 중간광고 도입을 지상파 역차별과 재정난 해소, 그리고 콘텐츠 투자 확대의 계기로 삼겠다고 강조해왔다. 반대의 목소리가 적지 않음에도 중간광고를 허용했는데, 콘텐츠의 질이나 재정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더 큰 비판에 직면할 위기에 놓였다. 특히 중간광고 시행 시기와 맞물려 수신료 인상을 주장해온 KBS 등은 더 긴장해야 할 상황이다.

공공의 정책적 지원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지 않으려면 결국은 지상파 스스로 콘텐츠 역량을 강화하고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통해 회사를 정상화해야만 한다. 시청자들도 중간광고에 크게 반대하지는 않았지만 “지상파 보는데 중간에 ‘잠시 후 계속됩니다’ 이런다. 케이블이랑 뭐가 다르냐” 같은 비판적 목소리도 결코 적지 않았다. 광고주를 최대한 끌어모으는 것 이상으로 지상파에게 중요한 과제는 더 재밌는 콘텐츠를 찾아 다른 플랫폼으로 떠난 시청자들을 되찾아 오는 것이다. 시청자를 다시 불러 모으려면 결국 콘텐츠를 강화해야 하고, 콘텐츠를 강화하려면 인력과 제작비에 대한 투자를 해야 한다. 결국 수익을 늘리는 것도 필요한 전략이지만 순서로 따지면 단기간 출혈을 감안하고라도 투자가 선행돼야 지상파 생태계도 복원이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오는 이유다.

error: Content is protected !!
v-186-logo

방송작가 구독신청 / 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