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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공감

류준열과 장바구니

작가공감

류준열과 장바구니

박경희³ 한국방송작가협회 회원

  • KBS-1TV <문화지대>, <1040 터놓고 말해요>
  • SBS-R <김민전의 SBS전망대>
  • CBS-R <굿모닝뉴스 이명희입니다>

박경희³ 한국방송작가협회 회원

  • KBS-1TV <문화지대>, <1040 터놓고 말해요>
  • SBS-R <김민전의 SBS전망대>
  • CBS-R <굿모닝뉴스 이명희입니다>
박경희 작가가 가방에 넣어 다니는 장바구니

TV 채널을 돌리다 배우 류준열 씨가 나오는 광고에 리모컨을 멈췄다. 자전거를 끌고 집에 들어간 그는 장바구니에서 유리그릇에 담긴 음식을 꺼낸다. 영상 위로 내레이션이 흐른다. “배달음식을 아예 시켜 먹지 않을 순 없으니까 수저만이라도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태양열이나 실내등으로 충전되는 친환경 제품을 사용하니까 이런 작은 실천들이 모여서 환경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광고가 전달하려는 핵심 메시지는 한 대기업이 새로 출시한 제품이 우수하니 사라는 것이다.

10년 넘게 우리 집 거실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TV는 지금도 잘 나오고 있다. 새 텔레비전을 살 마음이 털끝만큼도 없는 내가 이 광고가 나올 때마다 집중하는 이유는 류준열 씨 때문이다. 아니 정확하게는 그가 비닐봉지가 아닌 장바구니를 사용하고 일회용품이 아닌 유리그릇에 담긴 음식을, 플라스틱이 아닌 스테인리스 포크로 먹어서이다.

배우 류준열 씨는 환경운동가이기도 하다. 2016년 <꽃보다 청춘>에서 아프리카에 다녀온 뒤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5년째 국제 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가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으며 그의 SNS에는 직접 다회용기를 들고 대형마트에서 식품을 구매하는 사진이 올라와 있다. TV 광고 속 류준열 씨의 일상은 연기가 아닌 실제 생활인 것이다.

오늘 아침 대다수의 신문과 방송은 국토 전역에서 일주일 넘게 이어지고 있는 그리스의 산불 현장을 보도했다. 독일엔 관측 사상 최악의 홍수가 덮쳤고 미국과 캐나다는 폭염과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30도를 훌쩍 넘는 불볕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지구온난화는 동식물의 생태도 흐트러뜨린다. 매미는 빛이 없고 기온이 낮은 밤에는 울지 않는 곤충이다. 그런데 열대야 현상이 잦고 빛 공해가 심해지면서 밤에도 매미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다. 공사장 소음인 65dB을 넘어서는 소리에 잠을 설쳤다는 주민들의 하소연도 들린다. 기후위기가 우리 삶을 잠식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지금의 이런 상황이 기후위기의 초입 단계라는 것이다. 최근 세계 저명 과학자들이 참여한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는 20년 안에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기후 재앙 최후 방어선을 이전 보고서보다 10년 이상 앞당긴 것이다. 지구의 온도가 1.5도 높아지면 극한 기온은 8.6배 이상 늘어난다. 전문가들은 탄소 배출량을 현격히 줄이지 않으면 올해 발생한 가뭄, 홍수, 산불 등 대형 재난은 예고편에 불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환경문제는 인류가 머리를 맞대고 해결해야 할 첫 번째 과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후위기가 주요 화두로 떠오르면서 국제사회와 각 나라, 도시, 기업이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에 비해 속도가 너무 더디다. 그러기에 더욱 국가나 기관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지구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실천해야 하지 않을까.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알게 된 뒤 내 가방에는 아이 손바닥만 하게 접은 장바구니와 가게에서 받은 비닐봉지가 들어 있다. 장을 볼 때, 반찬가게를 들릴 때 비닐봉지를 재활용한다. 식당에 음식을 사러 갈 때는 스테인리스나 유리 소재의 그릇을 챙겨 간다. 입지 않은 옷과 양말은 잘라 행주와 걸레로 쓴다. 가까운 곳은 걸어 다니고 물건을 살 때는 꼭 필요한지 한 번 더 생각한다. 이런 나를 보고 ‘너 한 사람 노력한다고 달라지지 않아’라고 말하는 친구도 있다. 하지만 ‘나도 다음에는 그릇 챙겨와야겠다’라고 동참 의사를 밝히는 이웃도 있다.

류준열 씨처럼 영향력 있는 사람이 장바구니를 가지고 다니고 탄소 중립을 말하면 그 효과는 더욱 클 것이다.
<나 혼자 산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같은 인기 프로그램에서 환경 얘기를 해도 좋겠다. 배달음식을 찬양하는 대신 집에서 요리를 하고 분리수거를 철저히 하는 친환경 연예인이 자주 출연한다면? 의사 선생님들이 회의를 할 때 일회용 컵 대신 개인 컵을 이용한다면? 5명의 친구들이 지구환경을 주제로 공연을 한다면?

병이 나면 원인을 파악하고 치료를 해야 한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환경 재앙은 오래전부터 예견돼 온 일이다. 그런데도 인류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것은 원인을 알면서도 개선하지 않고 방치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더 늦기 전에 지구가 더 뜨거워지는 것을 막는 일에 우리 모두가 앞장서야 한다.

지금 우리는 티핑포인트,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기 일보 직전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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