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작가

인생 2막

평등을 일상으로 가져오는 일

공무원이 된 방송작가 심미은

신미경 편집위원 사진 인터뷰이 제공

인생 2막

평등을 일상으로 가져오는 일

공무원이 된 방송작가
심미은

신미경 편집위원
사진 인터뷰이 제공

아직은 새내기라고 할 수 있는 5급 공무원 심미은 사무관. 그녀는 <라디오스타>에 나온 콘텐츠 제작자 송은이의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고 했다. “유익하진 않아도 무해했으면 좋겠다”라는 말. 그녀 역시 누구도 상처받거나 소외되지 않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오늘도 출근길 만원 버스에 몸을 실으며 속도 조절 중일 테다. 전직 방송작가이자 현직 여성가족부 5급 공무원, 심미은 작가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방송작가와 공무원 사이의 연결고리가 자연스럽지는 않아 보이는데요. 어떻게 공무원이 되신 건가요?

저는 여성가족부 대변인실 디지털 소통팀 사무관입니다. 2019년 9월 2일에 첫 출근을 했으니, 곧 2년이 되네요. 행정고시에 합격한 것은 아니고, 방송작가의 경력과 전문성을 인정받아 ‘전문임기제 공무원’에 지원해 합격한 케이스입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여러 정부 부처에서 ‘디지털 소통팀’을 새로 꾸렸어요. 그 과정에서 외주업체에 맡겨오던 정책 홍보 콘텐츠를 부처가 직접 기획, 제작하겠다는 취지로 민간 전문가를 채용했죠. 그때 저보다 먼저 전문임기제 공무원으로 일하던 작가 선배가 공모 소식을 알려줘서 지원했고,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거의 모든 부처가 작가, PD, 그래픽 디자이너 세 영역을 전문 공무원으로 뽑았는데, 흥미로운 점은 그중 작가 역할에 더 높은 직급을 부여한다는 겁니다. 제가 근무하는 여성가족부도 작가는 사무관, PD는 주무관이죠. 그만큼 콘텐츠를 기획하고 스토리텔링 하는 역할을 중요하게 본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시는지 궁금하네요.

공무원이 되긴 했지만, 방송작가로 일했던 범주에서 많이 벗어나지는 않아요. 여성가족부 대변인실 디지털 소통팀에서 하는 일이 ‘디지털 콘텐츠 기획과 제작’이거든요. 어찌 보면 방송국에서 개편 때마다 하던 일들, 새로운 프로그램 기획을 하고 섭외 라인을 대략 정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직접 시나리오를 작성해 카드 뉴스나 영상을 제작하는 일도 하고, 콘텐츠 제작업체와의 소통도 제가 맡아서 하지요.

방송작가로 일을 할 때는 어떤 프로그램들을 거치셨나요?

2006년 3월에 시작해서 2019년 8월까지 14년 정도 방송작가 생활을 했어요. KBS <6시 내고향>에서 막내 작가로 일을 시작했는데요, 제 위로 12명의 선배 작가가 포진해 있었던 프로그램이어서 가장 일을 많이 배운 시기이기도 합니다. 이후로 <연예가 중계>, <내 생애 마지막 오디션>, EBS <스페이스 공감>, tvN <노래의 탄생>, 국제방송 아리랑 라디오의 케이팝 프로그램인 을 거쳐 공무원이 됐어요.

14년 차 프리랜서가 9-6시 근무에 적응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은 같은데, 어떤가요?

사실 그 점이 가장 힘들기도 합니다. 왜냐면 방송작가일 때 시간적 여유를 만들 수 있다는 게 참 좋았거든요. 아침 10시에 출근을 한다거나, 전날 일을 많이 한 경우 출근 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한다거나 하는 거요. 힘들 땐 힘들지만, 쉴 때는 또 여유가 좀 있는 단짠의 맛이 있었다고 할까요? 그런데 공무원이 되고 보니 일주일이 짠짠짠짠짠단단, 다시 짠짠짠짠짠단단의 반복입니다. 월요일 아침 출근길 만원 버스에 몸을 욱여넣을 때면, 방송작가 시절이 그립기도 합니다.

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느끼는 보람이라면 어떤 게 있을까요?

방송작가로서 늘 해오던 일이 이곳에선 꼭 필요한 전문성으로 대우받는다는 점일 겁니다. 어렵고 딱딱한 용어를 쉽고 친근하게 바꾸는 일, 주제와 어울리는 사람을 선택해 섭외하고, 전략적으로 홍보하는 일은 당연하게 했던 일들이잖아요. 그런데 여기서는 기존에 없던 기술인 거예요. ‘역량 강화, 인식 제고’라는 말을 “능력을 끌어올리고 인식을 개선한다.” 정도로 바꾸기만 해도 일 잘한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이직하고 느낀 점은, 방송작가는 어딜 가나 환영받을 확률이 높겠다는 거예요. 방송작가들은 늘 숨 돌릴 틈 없이 ‘찍어내듯’ 빠르게, 어떻게든 마감에 맞춰 일을 해내곤 하잖아요. 그런데 이곳에선 오히려 속도를 조절하는 법을 배우고 있어요. 지금의 일은 단거리가 아니라 장거리 달리기 선수처럼 일을 해야 하더라고요.

방송작가와 공무원. 출근 시간 말고 또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요?

작가가 파헤치는 직업이라면 공무원은 정리하는 직업인 것 같아요. 작가는 ‘뭐 더 없나?’하고 파고 또 파고 하잖아요. 그러다가 좋은 결과물이 나오기도 하고요. 그런데 공무원은 문제점을 찾아내서 개선책을 찾고 해결하고, 찾고 해결하고의 연속이에요. 해결해내는 능력이 성과로 인정받기도 하고요. 그 부분이 가장 큰 차이인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읽는 방송가 선후배들이 공무원에 관심을 가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직업으로서의 공무원, 추천하실 겁니까?

각각의 장단점은 분명히 있겠습니다만, 친한 작가가 물어본다면 저는 추천하고 싶어요. 일단 제가 하는 일이 방송작가의 전문성을 요하는 영역이어서 환영을 받거든요. 전체적으로 ‘엄근진’한(엄격, 근엄, 진지한) 규격 문서를 금세 말랑말랑하게 만들 수 있는 존재라는 점에서 귀한 대접을 받습니다. 그리고, 방송작가의 세계에는 없는 ‘초과근무’에 대한 보상이 있다는 점도 큰 매력입니다. 이 글을 읽고 공무원에 관심이 생겼다면, ‘나라장터’의 존재를 아셔야 해요. 대부분의 정부 부처 채용정보가 올라가는 곳이거든요. 자주 나라장터에 들어가 본다거나, 혹은 관심 있는 부처의 채용란을 자주 보다 보면 기회가 올 거라 생각합니다.

2019년으로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어떤 선택을 하실지 궁금합니다.

2019년에 면접을 보던 그 날은, 마침 새 프로그램으로 옮길 것을 제안받은 날이기도 합니다. 드라마틱하게도 정말 가고 싶었던 프로그램이었죠. 다시 그날이 온다면 저는 방송 프로그램을 선택할 것 같아요. 공무원은 경험해봤고(웃음), 그때 그 선택을 했다면 어떻게 됐을지 궁금하니까요. 이직하고 더 절절히 느끼고 있습니다. 방송 일이 정말 재미있는 일이구나! 하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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