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작가

여기 이 작가

새롭고 재미있게- 콘텐츠를 보는 눈을 키워라

tvN <보이스4> 마진원 작가

김윤양 편집위원  사진 김용철  

여기 이 작가

새롭고 재미있게- 콘텐츠를 보는 눈을 키워라

tvN <보이스4>
마진원 작가

김윤양 편집위원
사진 김용철

드라마 시장에 시즌제 바람이 거세다.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등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가 보편화되면서 시즌제가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는 이즈음, 드라마 <보이스>가 네 번째 시즌을 마무리했다. 범죄현장의 골든타임을 사수하는 112신고센터를 담으면서 초청력이라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보이스 프로파일러’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앞세운 드라마 <보이스>. 시즌1부터 시즌4까지 성장 서사를 쓰고 있는 여주인공 강권주 역의 이하나를 비롯해 새롭게 배우 송승헌이 합류하면서 <보이스>의 세계관은 더욱 넓고 깊어졌다. 기획부터 시즌4까지 <보이스>를 진두지휘해온 마진원 작가를 만났다.

사전제작이라 10부작 대본은 미리 넘겼지만 에피소드를 하나 바꿨거든요. 시즌4를 집필하고 방송되는 사이에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사건이 해결되어 최근 사건으로 바꾸면서 촬영이 계속되었어요. 그래서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었죠. 여주인공 이하나 씨는 이제 강권주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들어요. 작은 소리에 귀 기울이는 강권주 캐릭터는 물론 다른 인물들까지 포용하며 극을 이끌어오고 있죠. 이번에 새로 합류한 송승헌 씨도 정말 잘해줬어요. 미국으로 입양된 입양아 출신, 갱 전담 팀장인 데릭조 캐릭터는 강한 듯하면서 깊은 아픔이 있고 절제 속에 따스함을 품은 복합적인 캐릭터인데 외모와 성격이 송승헌 배우와 아주 유사했습니다. 그리고 <보이스>가 초강력사건을 주로 다루는 신고센터 드라마다 보니 빌런에 대한 공분이 이야기의 큰 동력인데요. 이규형 씨가 다중인격자인 ‘서커스맨’ 역을 정말 실감나게 해줬어요.

진행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주인공의 대서사와 에피소드를 밀도 있게 엮어가되 시청자들이 새 주인공에 깊이 몰입하기까지 집필은 끊임없는 전쟁이었다. ‘시즌4는 무리가 아니었을까’ 고민했을 정도로 이전 시즌과 차원이 다른 어려움이 있었다.

처음에 112센터를 취재하면서 에피소드가 무궁무진하게 나오겠다, 시즌제도 가능하겠다 싶었어요. 여기에 에피소드와 상관없이 주인공들에게 한정된 큰 스토리텔링인 대서사를 넣었죠. <보이스> 역시 시즌4까지 올 수 있었던 게 주인공의 대서사와 에피소드, 이 두 엔진 덕분이었어요. 그런데 이번 시즌에 남자주인공이 새로 왔잖아요. 이전과 다른 새로운 세계관을 펼친다는 게 정말 힘들더라고요. 지난 시즌 2, 3때 주인공 도강우가 최선을 다했고 죽음으로 마무리되었으니 새로운 주인공은 필연적이었거든요. 그런데 시즌4를 하다 보니 저와 데릭조가 시청자들과 지난한 싸움을 하고 있더라고요. 저는 정을 뗐고, 새로운 주인공이 매력적이니까 다 잊고 몰입해줄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열혈팬들은 여전히 이전 주인공을 그리워하고 있더라고요. 송승헌 씨와 저는 이전 시즌 주인공인 무진혁과 도강우를 다 이겨야 했어요! 그러니 집필과정의 어려움이 이전 시즌과 차원이 다른 거죠. 배우와 시청자들과 함께 <보이스>의 세계관을 만들어간다고 생각했는데 시즌4를 하면서 그제야 그 세계관이 뭔지 좀 알 것 같더라고요. 세계관이라는 게 스토리에 한정되는 게 아닌 것 같아요. 시리즈는 그때그때 즉흥적으로 기획하는 차원이 아니라 긴 호흡으로 10년 정도 플랜을 가지고 계획을 세워 써야 하는 거구나. 스토리뿐 아니라 시스템까지 포함하는 것, 수없이 시뮬레이션해가면서 가야겠구나. 시즌4를 집필하면서 제일 많이 배운 것 같습니다.

tvN <보이스> 시즌 1-4 포스터, 필자제공

사실 <보이스>를 기획하며 처음부터 시즌제를 염두에 둔 건 아니었다. 마진원 작가는 그저 112신고센터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그럼에도 <보이스>가 매 시즌 사랑받으며 새로운 시즌을 기약할 수 있었던 건 앞서 언급한 주인공의 대서사와 밀도 높은 에피소드도 한몫했지만 무엇보다 시즌1 때 설정한 캐릭터의 힘이 확고했기 때문이었다.

112신고센터에 가면 다 전화를 받고 있어요. 코드제로급 되는 강력사건이면 신고내용을 여러 사람이 함께 듣거든요. 무슨 소린가 집중했는데도 목소리가 너무 흥분되어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었어요. ‘신고자분, 조금 침착하게. 뭐라고요? 뭐라고요?’ 이러는 중에 어떤 아이가 소리를 꽥 지르고 끊는데 엄청 무섭더라고요. 위험에 처한 사람은 절대 침착하게 말을 못 해요. 무슨 소린지 제대로 들을 수만 있어도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을 것 같아서 ‘보이스 프로파일러’라는 새로운 직업을 만들게 되었어요. 결국 전 세계에 없는 이 새로운 직업군과 초청력이라는 판타지가 결합해 <보이스>만의 독창성을 만들었죠. 여느 신고센터 이야기는 이미 미국드라마로 나왔거든요. <보이스>가 전 세계에서 리메이크 요청이 들어오는 건 이 특별한 캐릭터의 힘이었어요.

똑 부러지는 캐릭터의 힘을 바탕으로 <보이스>는 글로벌 시장으로 그 영역을 넓혀갔다. 일본에서 <보이스> 시즌1, 2가 리메이크되었고, 시즌3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태국에서도 시즌1이 리메이크되었다. 코로나19로 미뤄지고 있지만, 미국과 인도에서 리메이크 논의가 이뤄졌고, 대만에서도 연락이 왔다.

일본에서 우리 드라마가 시즌2까지 리메이크된 경우가 없다고 해요. 그래서 제가 홈페이지에 원작자도 명기해달라고 했어요. ‘이 작품의 원작자는 나다’ 이걸 강조했더니 원작자 명기는 물론 한국 <보이스>에 대해 리스펙트를 가지고 보도자료를 내주고, 일본 쪽 스토리텔링도 다 검토할 수 있도록 해주더라고요. 함께 새 시즌을 제작하자는 제안도 있고요. 제가 처음 OCN에서 <보이스> 시즌1을 할 때는 이런 환경이 올 거라고 전혀 예상 못 했어요. 과연 장르물만 파서 먹고 살 수가 있을까 걱정도 많았고요, 실제로 주변 제작자들도 비관적이었어요. ‘마 작가, 새로운 콘텐츠 만들어! 왜 시즌2, 3을 쓰고 있어? 바보같이!’ 더 나가서 ‘한국은 시장성도 약하고 한국 사람들의 특성상 한 캐릭터에 대해 계속 시너지를 내는 게 한계가 있다’며 ‘한국에서 드라마 시즌2, 3가 잘 될 리가 없다’고까지 했거든요. 그럼에도 한 우물만 판 덕분에 리메이크 이야기도 많이 나오고, 여러 시즌 계속하고 있으니 정말 큰 보람이죠.
대학을 졸업하고 작은 광고사에서 카피라이터를 시작한 마진원 작가가 드라마작가를 꿈꾸며 작가협회 교육원에 등록한 건 이미 서른일 때였다. 조금 늦었다는 우려도 많았다. 창작반 때 쓴 단막드라마가 KBS에 온에어되면서, 창작반을 졸업하면 무조건 드라마작가로 데뷔하는 줄 알았다. 단박에 회사를 그만뒀고, 그로부터 무려 10년간 무명생활을 견뎌야 했다.
30대 초중반 때 터키를 배경으로 드라마를 구상했어요. 한 남자가 터키 모스크에서 기도하는데 종소리가 울리더라고요. 지켜보는데 가슴이 벅차오르면서 그 남자의 대서사가 물밀 듯 밀려오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정작 글로 쓰려니 안 써지더라고요. 다 시간과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어떤 작품은 네 편이나 썼는데 제작비가 문제가 돼 접기도 하고요. 이유가 명확한데 ‘작가가 대작을 하기에는 너무 어리다’ 이런 말들 들으면 자괴감이 들죠. 능력이 안 된다는 말이잖아요. 기획하다 접고, 대본 쓰다 접고, 각색도 해보고, 중국드라마도 해보고… 그만둘까 하는 때도 여러 번 있었어요. 그런데 그 모든 경험이 나중에 장르물 쓸 때 다 도움이 되더라고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다른 더 좋은 선택이 있다면 해야죠. 그렇지만 작가가 나에게 정말 좋은 선택이라면 버티는 자가 결국 승리한다고 생각해요.

힘들었던 10년을 시간을 오롯이 지켜봤던 남편은 아내가 쓰는 <보이스>의 열혈 팬이다. 꼼꼼하게 드라마를 보고 배우들의 연기도 칭찬하며 때로 냉정한 모니터도 아끼지 않는다.

“강권주! 이리 와봐!” 이러지 말래요. 제가 말을 너무 딱딱하게 쓴다고, “너 이리 와봐!” 이러면 안 되냐고 해요. 그래서 제가 남편에게 ‘남의 작법에 대해 건드리지 말라’고, ‘대사빨은 그 사람이다!’라고 했죠! 하하. 그래도 남편이 방송을 보고 해주는 말이 많이 도움 되고요. 감독님도 얼마나 섬세한 분인지 몰라요. 그리고 무엇보다 정말 꼼꼼한 우리 <보이스> 팬분들이 있죠. 화면에 배경으로 잡히는 컷 하나 놓치지 않아요. 권주가 서커스맨에게 메일을 받아서 보는 씬이 있는데 그 메일리스트에 있는 경찰대학 야유회 메일을 보고, 경찰대 몇 기에서 온 건지 체크하는 분들이죠. 극 중 권주의 기수와 다르면 안 되니까요. 아주 작은 실수라도 발견되면 꼼꼼하게 지적을 해주시고요, 어떤 분은 작가를 진실의 의자에 앉히라고 해요! 이 열혈팬들은 온갖 추리로 <보이스> 따라잡기 하는 건 물론이고요, 앞 시즌의 주인공들을 잊지 못하고 그리워해요. 이분들의 관심과 사랑은 작가에게 정말 큰 보람이고 카타르시스죠!

TV와 OTT의 경계가 무너져 시즌제가 대세라면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시즌4를 마무리하며 직접 부딪혀 깨우쳤다는 핵심 노하우들을 조목조목 공유해 달라는 말에 마진원 작가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긴 말을 이어갔다. 마치 오래 알아온 선배의 조언처럼 명쾌했고, 때로 다정했다.

시즌제 기획은 철저히 10년간의 플랜을 가져가야 해요. 두 명의 남녀주인공이 시즌제로 간다, 그럼 반드시 그 안에 성장이 있어야 해요. 배우도 10년 기획에 함께 가야 하는 거죠. 그런 계획을 세울 줄 알면 배우들도 좋아해요. 5년, 10년 캐릭터를 만들고 성장해가는 모습은 배우들에게도 매력적인 경험이니까요. 배우들이 캐릭터를 가지고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면 저도 정말 설레고요, 이 캐릭터들이 저를 지켜줄 것 같다니까요. 또 시즌제는 균형감각도 중요해요. 배우들은 한 부 한 부에 모든 걸 쏟아 넣으려고 하지만 어느 한 시즌에는 도강우가 포인트가 되어야 휘몰아칠 수 있고, 어느 한 시즌에는 권주가 포인트가 되어야 하죠. 새로운 파트너가 오면 빌드업을 해줘야 하고요. 5년, 10년 긴 호흡으로 각각의 배우가 빛날 자리가 있다는 것, 시즌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지 않도록 배우와 작가, 연출진이 한몸이 되도록 해야죠. 팀워크, 제작자의 마인드, 플랫폼의 마인드 다 중요해요.

그리고 주제의식도 있어야죠. <보이스>에서 에피소드 엔진은 ‘오늘의 범죄’였어요. 기획하는 그해에 이슈가 컸던 범죄가 무엇인가 봐요. 가장 중요한 게 공감이에요. 나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 전혀 와 닿지 않고 가학적이기만 한 남의 일이 되면 안 되는 거죠. 올해는 가족 안에서 벌어지고 은폐되는 가족범죄를 주제로 잡았어요. 가족 간의 일이기 때문에 말할 수 없고, 감춰야 하는 슬픈 현실 속에서 작은 소리에도 귀 기울이는 강권주 센터장과 데릭조 형사를 통해 우리가 가장 귀 기울여야 할 존재는 바로 가족임을 깨닫길 바랐어요.
기존의 TV 드라마와 OTT의 시즌제가 조금 다른 게 있다면 OTT는 한 시즌이 30분짜리 10개거든요. 신인 작가들에게는 70분짜리 드라마틱한 기승전을 치고 꼬리를 잡고 다음 화를 준비하는 게 힘에 부칠 수도 있어요. 저도 그랬으니까. 그런데 OTT에서 요구하는 건 조금 길이가 짧잖아요. 호흡이 달려서 고민이었어도 10개는 힘 있게 갈 수 있다는 거죠. 제일 중요한 건 콘텐츠예요. 콘텐츠를 잘 잡기 위해서는 취재만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정말 많은 경험을 해보고 계속해서 콘텐츠 보는 눈을 키워야 해요. 그냥 막연하게 하다 보면 되겠지 하는 방식으로는 안됩니다. 좌절할 때도 있겠지만, ‘나는 꼭 해낼 거야’ 하는 마음으로 나만의 콘텐츠를 총알처럼 장총에 꽂아놓고 기다리는 마음을 가져야 해요. 콘텐츠를 잘 보고 이야기를 잘 만드는 이야기꾼이라면 저는 비전이 밝다고 생각해요. 새롭고 재미있는 이야기, 우리 다 좋아하잖아요. 글로벌 시장이 찾아 헤매는 것도 결국 새롭고 재미있는 콘텐츠예요. 제가 무서운 빌런을 세게 쓰니까 어둠의 세계에 너무 깊게 빠진 것 아니냐고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해요. 실제로는 저 되게 겁많은 쫄보고요, 그저 새롭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좋아할 뿐이에요.
마진원 작가는 시즌제가 많은 드라마작가들에게 새로운 기회와 희망이 되길 바랐다. <보이스> 10년에 그녀가 그랬듯 많은 작가들이 그 안에서 성장하고 환히 빛나기를 말이다.

마진원 작가

2003 KBS 드라마시티 <컴백홈 경자씨>
2004 SBS 주말특별기획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2010 SBS 미니시리즈 <나는 전설이다>
2012 중국 드라마 (北京荣信达影视艺术有限公司 제작)
2016 영화 <두 번째 스물> 시나리오(각색)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전야제 상영, 하와이국제영화제 초청
2017 OCN 드라마 <보이스>
일본 KNTV 방영, DVD BOX 발매 유럽 및 아시아 다수 국가에서 판매 및 방영
(북남미, 프랑스, 벨기에, 스위스, 록셈부르크, 모나코, 싱가 포르, 대만,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미얀마 등)
OCN <오리지널 씬2> 웹툰 발간 (작가 강형규)
2018 OCN 드라마 <보이스 2>
2019 OCN 드라마 <보이스 3>
<보이스 2> 일본 KNTV 방영
<보이스> 원작, 리메이크 <110긴급지령실 (원제 : ボイス 110緊急指令室)> 일본 니혼TV 방영
태국 리메이크 True4U 방영 ‘보이스 1, 2, 3’ 대본집 출간
2021 tvN 드라마 <보이스 4>
<보이스 2> 원작
<110긴급지령실 2> (원제 : ボイス 110緊急指令室 2) 일본 니혼TV 방영
<보이스 4> 대본집 출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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