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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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진 KBS PD

  • BS <다큐 인사이트>, <이웃집 찰스>, <6시 내고향> 팀장
  • KBS 중국지국 베이징 PD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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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강연 프로그램을 꿈꾸다

KBS <이슈 PICK 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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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진 KBS PD

  • BS <다큐 인사이트>, <이웃집 찰스>, <6시 내고향> 팀장
  • KBS 중국지국 베이징 PD특파원

새로운 강연 프로그램의 시작

작년 8월 첫 방송한 <이슈 PICK 쌤과 함께>(이하 쌤과 함께)가 이제 1년이 되었다. 수많은 파일럿 방송들이 정규방송이 되지 못하고 사라지는 방송계에서 나름 1년을 버틴 것에 감사하며 이 글을 쓴다.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20년간 일요일 저녁을 지킨 <도전 골든벨>이 중단되면서 새 프로그램에 대한 수요가 생겼고 <명견만리> 이후 마땅한 강연 프로그램이 없는 상황에서 본부장님으로부터 일요일 저녁 시간에 새 강연 프로그램을 론칭하라는 지시가 우리 팀(서용하 CP)에 떨어졌다.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사실 녹화 세트와 카메라 등 스튜디오, 종편 믹싱 등 후반 작업 시스템에 대한 큰 고민은 없었다. 그동안 호흡을 맞춰오던 감독들이 있었고 KBS의 시스템이 워낙 좋기 때문에 내가 큰 신경을 쓸 필요는 없었던 것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PD와 작가 팀의 구성이다. 프로그램의 승패는 그것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KBS는 최근 본사의 PD들이 줄어들어 <쌤과 함께>에는 본사 PD가 한 명도 배정되지 않아 전부 외부에서 구해야 했다. 옛날부터 호흡을 맞춰오던 박소희 총괄 메인작가와 더불어 PD, 작가 팀을 꾸렸다. 1년이 흐른 지금은 많이 안정화된 팀이 되었지만,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내겐 정말 큰 스트레스였으며 오로지 프로그램 하나만 보고 객관적으로 판단하려고 노력했다.

아카이브의 힘과 폭넓은 아이템 선정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프로그램의 포맷. 강연 프로그램의 특성상 단순할 수밖에 없는 데다 코로나19로 방청객을 둘 수 없는 상황에서 연예인 패널들을 둘 수밖에 없었다. 결국, 포맷보다는 내용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승부를 걸 내용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첫째는 아이템과 강연자, 두 번째는 편집과 자막이라고 생각했다. 편집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오디오 프로그램이 아니라 비디오 프로그램으로 만드는 것. 내가 PD들에게 항상 하는 말이 “강연자의 얼굴을 영상으로 덮을수록 시청률은 잘 나온다”는 것이다. 우리는 라디오가 아니라 TV 매체니까 강연자의 오디오를 영상화하는 게 중요하다. 시청자들이 귀로만 정보를 듣는 것보다 눈으로 같이 보는 게 더 편하고 몰입감을 높이리라고 판단되었다. 사실 KBS 아카이브(영상자료)는 무궁무진하다(없는 게 없다. 단지 찾기 힘들 뿐). 외주 PD들이 ‘KBS 아카이브의 힘은 대단하다, 정말 없는 게 없다’고 감탄한다. 아카이브를 찾는 조연출을 2명을 더 충원하자 프로그램이 더 재밌어졌다. 강연자의 오디오와 아카이브의 자료 영상과 특수효과, 음악이 더해질 때 평면적인 강연이 입체감 있고 흥미진진한 프로로 변하였다.

KBS <이슈 PICK 쌤과 함께> 스튜디오 녹화 현장, 필자 제공

프로그램 제작의 맨파워와 포맷적인 부분이 정리되었다면 이제 남은 건 아이템과 강연자였다.
강연 프로그램의 주제는 정말 다양하다. 최근에는 인문학 강연이 유행이고 나도 사실 초반에는 좀 갈팡질팡했다. 이것도 될 것 같고, 저것도 될 것 같고… 어디서 본 듯한 주제들이었다.
하지만 1년이 다 된 지금은 시사 강연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고 생각한다. 지난봄 ‘모빌리티 혁명’ 아이템이 터닝포인트였다. 반응이 아주 좋았고 시청률도 좋았다. 그 이후로 인문, 역사, 과학 등의 아이템들은 뒤로 밀려나고 시사 아이템들이 전면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지금 이 순간 뉴스에 나오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아이템으로 잡고 그 배경 지식을 전달해 주기 시작했다. 반도체 전쟁, 미얀마쿠데타, 코로나19 집단면역, KF-21 전투기의 탄생, 후쿠시마 오염수 경고, 가상화폐의 명과 암, 미사일 지침폐기 등의 아이템들을 방송했고 시청률도 비교적 높게 나왔다. ‘아, 시청자들이 원하는 건 이것이었구나….’ 이런 아이템들은 유튜브로 제공되는 영상클립들의 조회 수도 높았고 댓글들의 반응이 좋았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인다는 것

1996년 KBS의 시사교양 PD로 입사하여 지난 25년간 숱한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다큐멘터리와 교양을 오가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작했는데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은 <탑밴드> 시즌 1이다. 교양국에서는 보기 드문 대형 공개오디션 프로그램이었는데 너무 노동 강도가 세서 특히 기억에 남는다. <이웃집 찰스>도 기억에 남는다. 2014년 여름, 회사의 최성일 팀장이 낸 기획안을 가지고 <리얼 한국 정착기 이방인> 3부작을 추석특집으로 제작했다. 반응이 좋아서 2015년 1월부터 <이웃집 찰스>란 이름으로 정규방송이 론칭되었다. 그때 팀장을 맡아 1년 동안 프로그램을 끌고 나갔고 <이웃집 찰스>는 지금도 6년 넘게 방송되고 있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론칭한다는 건 KBS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파일럿 프로그램은 일반 기업으로 치면 연구개발을 통해서 시제품을 만드는 것이고 정규프로그램 론칭은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는 것이다. 기업이 신제품을 통해서 생명력을 이어가듯 방송국은 끊임없이 새로운 프로그램과 포맷을 만들어내야 한다.
나에게 <이슈 PICK 쌤과 함께>에서 제일 중요한 건 정규방송이 되느냐 마느냐 하는 부분이었다. 앞으로 5년, 10년 가는 좋은 플랫폼을 만드는 게 나에게도 보람 있고 회사에도 기여한다고 생각했다.

특히 예전에는 KBS에서 새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론칭하면 최소 6개월 또는 1년은 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모든 프로그램이 12회를 방송해보고 정규방송으로 갈지 말지를 결정한다. KBS의 많은 프로그램들이 이 12회의 허들을 넘지 못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허점이 보이면 매의 눈으로 지적이 들어온다. 예산과 시간을 주는 편성부문은 끊임없이 이 프로그램의 가능성을 의심하고 평가한다. 시청률은 기본이고 완성도 면에서도 회사 내의 전문가들이 눈을 시퍼렇게 뜨고 지켜보고 있다. 내가 방송하면서 조금이라도 마음에 걸렸던 부분이 있으면 그다음 날 아침, 어김없이 그 부분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프로그램이 사라질 때는 정작 본인만 모른다. 점심 식사 자리에서 ‘너희 프로그램 없어진다는 얘기 들리던데…’ 또는 ‘어떤 팀에서 너희 프로그램 후속으로 뭔가 준비하던데’라는 얘기를 처음 듣기도 한다. 수신료로 운영되어 광고가 없는 KBS 1TV는 나름 편할 것 같지만 여기도 정말 경쟁이 치열하다. 제작자들은 괴롭지만, 이것이 KBS 1TV의 미래 희망이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새로운 정규 프로그램은 회사의 자산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의미로 하나의 작은 기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많은 스태프들과 출연자들이 이 프로에 기대어 살고 있다. 나름 일자리를 창출한 것이다. 예전에는 잘 몰랐는데 나이가 들어서인지 그런 부분이 자꾸 눈에 들어온다. 개인적인 욕심으로 KBS에 근무하는 동안 3개의 정규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 이제 1개만 더 만들면 될 것 같다.

현장에서 발현하는 ‘그 무엇’

처음에 프로그램 시작할 때 일부 PD들이 강연자의 멘트와 MC, 패널들의 질문 원고를 완벽하게 써서 녹화를 진행하자고 주장했지만 나는 그 부분에서 동의하지 않았다. 제작진들의 불안감을 이해는 했었고 그렇게 원고를 다 써주면 당분간 자잘한 사고들은 안 나겠지만, 결국에는 우리 프로그램에 독이 될 거라 생각했다.
나는 사실 스튜디오 프로그램보다는 야외촬영하는 프로그램을 좋아했다. 특히 사무실에서 작가와 구성안을 만들었지만, 정작 현장에서 촬영하면서 발견하는 새로운 것들을 따라가며 프로그램 만드는 것이 너무 흥미진진했다. 사무실에서의 구성안에 따라 끼워 맞추기식 촬영을 나는 너무 싫어했다. 촬영 현장에는 항상 PD와 작가의 상상력을 넘어서는 ‘그 무엇’이 있었고, 시청자에게 새로움으로 다가가는 것은 항상 ‘그 무엇’이었기 때문이다. 야외 프로그램에서 확장성을 넓혀주는 이런 장치를 나는 스튜디오 프로그램인 <쌤과 함께>에서는 MC와 패널에서 답을 찾았다.
나는 MC와 패널들에게 원고를 다 써주고 그대로 읽기를 강요하면 결국 프로그램의 확장성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 생각했다. 초반에는 필요한 질문을 안 하기도 하고, 브릿지 멘트가 없어 편집 때 고생하기도 했지만, 점점 MC와 패널에게 자율성이 주어지면서 이제는 서로 간의 호흡이 너무 잘 맞고 프로그램 안에서 본인들의 캐릭터들을 잘 찾아가고 있다. PD와 작가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각 패널들의 다양하고 엉뚱한 질문들이 강연의 폭을 넓혀주고 신선한 웃음을 주기도 한다.

첫 방송을 시작한 지 이제 1년이 다 되어 가는데 <쌤과 함께>는 일요일 저녁의 쟁쟁한 예능프로그램들 속에서 평균 5% 정도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순항하고 있다. 나는 이 프로그램이 앞으로도 우리 사회의 다양한 뉴스들의 배경 지식을 재밌게 전달하는 강연 프로그램으로 계속 발전해나갔으면 좋겠다.
시청자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기꺼이 시간을 내어주신 강연자님들과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작가들, 긴장감 넘치는 편집을 위해 고생하는 PD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올가을에 나는 <이슈 PICK 쌤과 함께>를 떠나지만, 이 프로그램이 KBS의 강연 프로그램에 한 획을 긋는 장수 프로그램으로 오래오래 계속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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