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작가

특집-서병기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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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시대로의 흐름 : 미디어 관계자의 시시각각
(視視各各)

장르가 섞이고, 기업이 만나는 글로벌 콘텐츠의 시대

특집-서병기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나는 기자 생활 34년을 대중문화 현장을 취재하며 보냈다. 초기 12년간은 레저, 여행 파트를 취재했고, 2000년부터는 21년째 대중문화 산업 현장을 뛰고 있다. 방송산업 생태계가 변화를 겪어왔지만, 취재하고 쓰는 것의 반복으로 기자 생활을 할 수 있었다. 요즘은 2~3주만 공부하지 않으면 바보가 된 것 같다. 그 정도로 콘텐츠 산업 구조가 급변한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뀌는 콘텐츠 산업 체제를 처음 경험했기 때문일 것이다.
컬래버레이션의 시대
신문기자도 일 자체가 변했다. ‘쓰는 놈’(記者)에서 ‘텍스트 또는 영상의 형태로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으로 바뀌었다. 신문기자도 에디톨로지 기술이 중요해졌다. 푸티지를 편집해보는 경험이 필요하다. 편집을 잘하는 사람은 기자건 예능 PD건 드라마도 잘 만들 수 있다.
이런 변화는 방송작가 등 콘텐츠 크리에이터에게도 적용될 만하다. 과거에는 잘 나갔는데, 요즘 잘 안되는 작가들은 주로 어떤 사람들이냐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모 PD가 이런 말을 했다. 혼자 문학적으로 잘 쓰는 사람이나 협업을 하지 않는 사람이 요즘 잘 안된다는 것이다.
역시 협업의 시대다. 방송뿐 아니라 음악 분야에서도 콜라보(컬래버레이션) 시대다. 빌보드나 그래미 시상식도 콜라보에 상을 많이 준다. 메건+비욘세, 방탄소년단+할시·체인스모커, 화사+두아 리파 등의 콜라보는 인기를 얻었다. 음악에서의 콜라보와 방송작가의 콜라보는 다르지만 방송 제작도 협업이 중요해지고 있다.
드라마는 작가 스타일상 두 부류로 나눠진다. 캐릭터의 갈등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 스타일과, 특정 분야의 세계를 깊이 취재해 캐릭터를 만들어나가는 스타일이다. 전자와 후자를 적절히 섞는 경우도 있다.
후자로 돋보이는 크리에이터는 김은희 작가, 이우정 작가–신원호 PD팀이라 할 수 있다. OTT 시대에는 후자가 좀 더 유리한 면이 있는 것 같다. 협업하기 좋고, 시즌제로 만들기에도 좋기 때문이다.
신한류 시대, 콘텐츠 산업의 특징은 글로벌화와 디지털화다. 방송 콘텐츠 산업과 음악 콘텐츠 산업 공히 그렇다. 여기에 적응한 사람은 돈을 벌고 회사의 주가는 올라가게 된다. ‘판’이 바뀌는 시대에는 부자도 망할 수 있고 맨손으로도 금세 큰돈을 벌 수 있다.
글로벌화와 디지털화의 촉진 과정에서 콘텐츠 기업과 플랫폼 기업이 만나는 것은 필연적이다. 유통 플랫폼조차도 콘텐츠를 제공한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모델로 하는 ‘쿠팡플레이’의 콘텐츠 끌어들이기는 거대한 취향 산업이 된 문화산업을 활용해 유입 인구를 늘리려는 유통기업의 디지털 전략이다.
모빌리티 기업으로 비유하자면, SM, YG, JYP는 내연기관 자동차를 생산하는 회사들이고, 하이브는 테슬라에 해당한다. 3대 기획사는 산업화 시대, 하이브는 디지털 시대에 각각 성장했다.
내연기관의 역사는 150여 년이지만, 크게 진화하지 않았다. 반면 전기자동차를 생산하는 테슬라는 10년 만에 눈부신 성장을 이뤘고, 창업주인 일론 머스크는 아마존 제프 베이조스를 누르고 세계 제1의 부자가 되기도 했다.
글로벌 OTT의 격전지가 된 한국
방송 콘텐츠 산업에서 글로벌화 촉진의 첫 번째 요인은 OTT다. 그 선두주자는 단연 넷플릭스다. 2018년 11월 싱가포르에서 넷플릭스의 리드 헤이스팅스 사장과 최고 콘텐츠 책임자인 테드 사란도스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둘의 캐릭터는 정반대였다. 캐릭터가 겹치지 않아 좋았다. 헤이스팅스는 여유가 넘쳐흐르는 낭만주의자 같았고, 테드는 치밀한 수재형으로 한국 시장에 대한 통찰력이 굉장했다.
넷플릭스는 회사가 커가는 과정에서 소니픽처스, 워너 브라더스, 월트 디즈니 픽처스 등 할리우드 6대 메이저사로부터 인력을 충원해야 했다. 우리도 케이블과 종편이 인력을 지상파에서 찾았던 것과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신생사로서 넷플릭스는 할리우드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게 쉽지 않았다. 그래서 눈을 돌린 게 글로벌화였다. 다행히 범죄물 <나르코스>가 크게 히트해 중남미 회원 확보에 도움이 됐다. 넷플릭스가 요즘 눈독을 들이는 시장은 동남아다. 그곳에서 가장 잘 먹히는 시장은 한국이다. <옥자>를 거쳐 <킹덤>에서 가능성을 확인하며, 시즌 제작을 이어갔다. <인간수업>, <보건교사 안은영>, <스위트홈> 등을 통해 많은 회원을 확보했다.
(좌)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스위트홈> (우) tvN <사랑의 불시착> 홍보 포스터
넷플릭스는 두 가지 기준에 의해 한국콘텐츠를 유통한다. 오리지널 시리즈는 한국에서 만들지 못하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이다. <보건교사 안은영>, <스위트홈> 등은 한국 지상파에서 만들기 힘들다는 점에서 드라마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데 넷플릭스의 기여도는 어느 정도 인정받을 만하다.
넷플릭스가 라이선스 콘텐츠를 유통하는 기준은 화제성과 스타성이다. 좋은 배우가 필수적인데, 영어를 할 줄 아는 한류스타 이병헌이 출연한 <미스터 션샤인>이나 일본에서 4차 한류를 일으킨 현빈의 <사랑의 불시착>과 박서준의 <이태원 클라쓰> 등이 그 예다. 특별히 <사랑의 불시착>의 현빈은 일본 팬들이 코로나19로 만날 수 없어 ‘현빈 로스(Loss)’라는 단어까지 써가며 만날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OTT는 젊은이들의 시청 패턴으로 금세 자리를 잡았다. 넷플릭스는 2021년 1분기 기준 190여 개국에서 유료 구독 가구가 2억 800만을 돌파했다. 회원이 2억 명, 1년 구독료를 10만 원으로만 계산해도 1년 매출액이 20조 원이다. 넷플릭스는 <사랑의 불시착> 제작비의 상당 부분을 제공해도 일본 회원과 동남아 회원을 확보해 얻는 수익을 감안하면 충분히 남는 장사다.
큰 드라마와 예능은 해외 OTT가 동반되어야 한다.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는 드라마 제작사는 넷플릭스에 줄을 설 수밖에 없다. 대작 드라마의 넷플릭스 독과점 구조가 심화됐다. 지난해부터 넷플릭스의 시장 지배력이 너무 커졌다.
다행히도 또 다른 글로벌 콘텐츠 모델이 나왔다. 에이스토리가 제작해 올 하반기 공개하는 드라마 <지리산>이 글로벌 OTT인 아이치이(iQIYI)를 통해 전 세계에 방영된다. 김은희 작가와 이응복 PD가 뭉쳤고, 전지현과 주지훈이 주연을 맡아 광활한 지리산을 배경으로 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미스터리물이다. 넷플릭스가 아니면 못한다는 대작 성공 공식을 깰 수 있는 기회다.
아이치이는 나스닥 상장사로 중국이 아닌 전 세계, 그중에서도 아시아를 메인 타깃으로 한다. 아이치이가 에이스토리에 넷플릭스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했다는 말도 나온다.
글로벌 콘텐츠를 다년간 제작해온 월트디즈니 픽처스가 ‘디즈니+’를 론칭해 한국에서 OTT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며 ‘애플TV+’도 가세한다. 드라마 명가 삼화네트웍스는 CBS <멘탈리스트> 리메이크작을 워너 브라더스 산하 OTT 플랫폼 HBO Max와 협업을 논의 중이다. 넷플릭스와 아이치이 외에도 홍콩 기반의 PCCW가 운영하는 글로벌 OTT인 ‘Viu’와 접근하는 제작사도 나와야 한다.
국내 창작자에게 기회의 장이 된 경쟁구조
해외 OTT가 독점 구조에서 서로 경쟁, 견제하는 다각 구도로 바뀌는 것은 한국 창작자에게는 좋은 일이다.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OTT를 파트너로 해 보다 좋은 환경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질 높은 콘텐츠를 생산하면 된다. 그게 우리의 갈 길이다. 그래야 확장성이 전혀 없는 판권 독점계약(output deal)이 아닌, 크리에이터에 유리한 저작권 협상도 가능해진다. 토종 OTT를 성장시키는 작업도 병행되어야 한다.
이런 환경 변화 속에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킹덤>처럼 조선 사극이라는 지역성에 좀비라는 글로벌 요소(보편성)를 가미하는 것도 한 가지 정답이다.
OTT 콘텐츠의 서사구조는 단순한 게 유리하다. <시지프스>처럼 복잡한 것보다 <킹덤>, <보건교사 안은영>, <스위트홈>처럼 이해하기 쉽게 하고, 괴생명체, 젤리, 실감형의 도움을 받아 새로움을 얹는 구조다. 그러면서도 인간 내면의 깊이 등 디테일은 갖춰야 한다.
많은 작가들이 수동적이다. 혼자만의 작업에 익숙해서다. 지상파가 힘이 셀 때 지상파 PD가 콘텐츠를 기획해 작가를 지명해 끌고 가던 산업화 시대에는 그래도 되지만, OTT로 대표되는 디지털 콘텐츠 시장이 작동하는 지금은 그것만으로도 큰 손해다.
몇몇 작가들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디지털 시대에는 회사만 잘 만들어도 돈을 번다. 디지털의 기본 원리는 이용자를 ‘연결’하고 이용자들 간의 ‘상호작용’에 의해 ‘가치 창출’이 이뤄지게 하는 것이다. 사람을 모아 집단 창작을 하고 회사를 만드는 것은 그 전초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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