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작가

특집-김종원

김종원 ≪디즈니플러스와 대한민국 OTT 전쟁≫ 저자

  • SK브로드밴드 상무
  • 前 미디어 플랫폼 옥수수 (SK), 티빙 (CJ) 사업 총괄
  • 5G 기술 향상 기여 대통령 표창 수상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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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시대로의 흐름: 미디어 관계자의 시시각각
(視視各各)

미디어의 혁신 'OTT 생태계'의 본질

특집-김종원

김종원 ≪디즈니플러스와 대한민국 OTT 전쟁≫ 저자

  • SK브로드밴드 상무
  • 前 미디어 플랫폼 옥수수 (SK), 티빙 (CJ) 사업 총괄
  • 5G 기술 향상 기여 대통령 표창 수상 2020
2021년 5월 중순 1924년 탄생한 유서 깊은 영화사 MGM이 미국의 빅테크(Big Tech) 기업 아마존에 인수되었다. 영화관 체인 재벌이 만든 영화사가 온라인 쇼핑회사에 팔렸다는 것은 매우 상징적인 사건이다. 문화와 미디어 소비가 기술 회사들에 지배받게 되었다고 표현하면 과언일까?
스스로 고객의 접점을 만든 글로벌 사업자들
기존 미디어 회사들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미디어 제국 디즈니는 지난 1년 6개월 동안 디즈니플러스로 1억 3천 명 이상의 구독자를 확보했다. 넷플릭스가 8년 동안 모은 총 구독자를 12개월 동안 만들어 내었다. MGM 인수 1주일 전 미국 1위 통신회사 AT&T가 보유한 워너미디어와 디스커버리 그룹이 합병했다. OTT 경쟁에 필요한 규모의 경제를 만들기 위한 전략이다.
넷플릭스는 한국에서만 OTT 이용 고객의 절반 이상을 확보했다. 넷플릭스에 가장 큰 경쟁자인 디즈니플러스는 올해 9월이면 한국에 상륙한다. 한국을 기반으로 한 토종 OTT들인 웨이브, 티빙, 왓챠 등도 소위 ‘쩐의 전쟁’을 선포하며 통 큰 콘텐츠 투자를 선언하고 나섰다. 아마존을 교과서로 삼은 쿠팡은 쇼핑의 길목에 ‘쿠팡플레이’를 만들어 e-커머스 판에 미디어를 활용하고 있다.
네이버는 캐나다의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Wattpad)를, 카카오는 래디쉬(Radish)를 인수했다. 웹소설, 웹툰의 원천 판권을 확보하여 ‘넥스트 마블’을 꿈꾸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핵심은 무엇일까? 국가마다 차이는 있지만 기존의 미디어 산업 질서가 서서히 (Slow Death) 또는 매우 빠른 속도(Sudden Death)로 무너져 ‘OTT 생태계’로 변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의 미디어 생태계에서 글로벌 사업자들은 제휴의 대상이었지 경쟁자가 아니었다. 국내의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가 전달되는 구조였기 때문이었다.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는 스스로 고객 접점을 만들었다. 넷플릭스는 2021년 5,500억 원의 국내 콘텐츠 투자를 집행 중이다. 단순히 국내 고객들만을 위한 투자가 아니라 전 세계 넷플릭스 구독자 2억 명과 공유한다. 넷플릭스는 이제 영상 제작사들이 가장 먼저 찾는 1순위 창구가 되었다. 한국이 넷플릭스의 해외 구독자 확대에 필요한 ‘콘텐츠 생산기지’가 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넷플릭스
잠시 시계를 2016년 넷플릭스가 한국에 도착한 시점으로 돌려보자. 당시 2년간은 넷플릭스의 구독자가 크게 늘지 않았다. 언론들은 넷플릭스의 부진 이유에 대해 ‘영어 콘텐츠에 대한 생경함’과 ‘유료 구독에 인색한 국내 문화’의 문제로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넷플릭스는 글로벌 콘텐츠의 힘으로 한국에서 성공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한국 콘텐츠 제휴가 성공 배경이다. 2018년 <옥자>, 2019년 CJ E&M <미스터션사인>, KBS <동백꽃 필 무렵>, <킹덤> 1, 2편, SBS <배가본드>, 2020년 <스위트홈> 등 오리지널 콘텐츠들과 국내 방송사와 합작하여 제작한 드라마들이 출시될 때마다 구독자 숫자가 상승 곡선을 만들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로 인기를 얻자 국내 토종 OTT의 구독자수는 상승이 둔화되었다. 넷플릭스의 상위 10개 콘텐츠 중 70~80%는 한국 콘텐츠들이다. 이중 절반 이상은 토종 OTT들도 서비스 중이다. 웨이브, 티빙은 각자가 만든 콘텐츠들을 보유하고 있지만 넷플릭스는 핵심 레퍼토리만 모아서 가지고 있다. 고객들이 어떤 OTT를 1순위로 가입할까? 고객들에게 이들은 ‘거대 방송국’이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 제작
OTT 생태계에서 콘텐츠의 제작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OTT 경제는 매우 단순하다. 신규 구독자를 확보하고 오래 유지 시키면 된다. 넷플릭스는 인구통계학적 구분보다 취향 집단(Taste Community)이라는 개념을 선호한다. 실제 시청기록을 중심으로 특정 소수만 즐길 수 있는 취향들을 가상으로 묶어 타깃의 기호를 구분한다. 취향 집단은 넷플릭스가 구독자들에게 그들이 더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찾아 새로운 것을 더 보게 만드는 도구이다. 아울러 넷플릭스는 유사 콘텐츠들의 묶음을 장르화 한다. 영-어덜트 코미디, 로맨스 사극, SF모험물 등 정교하게 정의된 영화와 TV 시리즈, 다큐멘터리의 내부 장르는 수천 개에 이른다. 오리지널 콘텐츠를 기획하거나 구매할 때 이들은 ‘취향 집단☓장르’의 조합을 참고한다.
스페인의 <엘리트>, 미국의 <루머의 루머의 루머>, 한국의 <인간수업>은 동일하게 고등학생과 마약이나 성매매, 자살과 같은 자극적 소재로 제작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다. 가장 마지막에 제작된 <인간수업>은 검증된 글로벌 문법들이 적용된 것이다. 넷플릭스의 데이터 알고리즘은 구독자들이 볼만할 것들을 골라내는 역할을 할 뿐, 이 콘텐츠가 좋을지 나쁠지를 고려하지 않는다. 창작의 다양성은 긍정적이지만 때로는 사회적 영향력에 대한 관심은 뒷전이다.
앞서 기존 미디어는 ‘선형적(Linear)’이라고 언급했다. 방송 편성이라는 시간 축 때문에 방송 제작물의 숫자는 정해져 있다. 하지만 OTT 생태계에서 콘텐츠의 숫자는 이용자의 시간과 비례하다. 개념적으로 무한대이다. 소위 폭음시청(Binge Viewing)은 OTT가 만들어낸 시청 소비 방법이다. 그리고 OTT 플랫폼마다 각자의 기술 수준에 따라 추천 알고리즘을 활용하여 첫 시청과 재시청을 촉진함으로써 적정한 콘텐츠 제작 숫자를 통제한다. 넷플릭스에선 1994년에 제작된 미국 워너미디어의 <프렌즈>도 부활할 수 있고 한국의 <스위트홈>이 미국, 남미 등에서 시청 상위권을 기록할 수 있다. 고객들은 편리하고 풍성한 콘텐츠, 그리고 한국 콘텐츠를 글로벌로 확대해줄 선도자로서 글로벌 OTT들을 환영한다.
점점 더 복잡하고 치열해지는 OTT 생태계
지난 2~3년간 국내 방송국들의 드라마 제작 편수는 오히려 감소했는데 글로벌 OTT들과 제휴 하지 못하는 제작사들에 OTT 생태계는 그림의 떡이다. 물론 넷플릭스 효과는 토종 OTT들의 규모와 투자 크기를 키웠고 이로 인해 미디어 산업의 새로운 활력이 되고 있다. 특히 웨이브, 티빙 등 토종 OTT들도 독자적인 오리지널 제작을 추진하여 OTT 생태계의 주도권을 쥐려는 경쟁이 한창이다. 9월 이후 디즈니플러스가 등장하면 OTT 생태계의 복잡도는 더욱 높아진다. 넷플릭스의 오리지널과 달리 디즈니는 자사가 보유한 기존의 프랜차이즈 영화(<마블>, <스타워즈> 등)를 활용한 오리지널로 차별화를 시도할 것이다. <만달로리안>, <완다비전>, <로키>, <팔콘&윈터솔저> 등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들은 벌써부터 ‘팬보이’들에게 폭발적 기대감을 조성 중이다. 팬데믹이 종식되어 가지만 디즈니는 극장과 디즈니플러스 동시 개봉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한국 오리지널 제작을 통해 넷플릭스가 구독자를 늘려 왔다면 디즈니플러스는 텐트폴 영화(막대한 자본을 투입하여 큰 규모로 만든 영화)들이 출시될 때마다 스트리밍 구독자를 늘려갈 것이다. 디즈니플러스가 한국에서 주요 공략 타깃으로 MZ세대를 선정함에 따라 구독자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이 유치한 질문을 진지한 토론 주제로 바꾸어 보면 “OTT 경쟁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요소는 무엇일까”이다. 콘텐츠의 생명력을 끊임없이 확대해줄 수 있는 제작 역량과 앞서 설명한 미디어 소비 데이터 활용 역량이다. 콘텐츠의 대중성과 파급력 측면에서는 디즈니가 한 수 위지만 구독자의 접점을 장악하여 영상 소비를 통제할 능력은 넷플릭스가 우위이다. 토종 OTT은 콘텐츠 투자가 증가하고 있지만 이런 역량은 뒤처지는 게 현실이다.
OTT 생태계는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구독자’를 기술과 서비스 그리고 콘텐츠의 중심에 둔다. 구독자는 콘텐츠의 팬(Fan)이 되고 OTT 플랫폼의 정기적인 방문자가 된다. 특히 시즌제 드라마가 정착되어 팬 그룹들이 무한 확대되어 간다. 최근 6월 넷플릭스는 ‘넷플릭스 샵’을 열어 커머스 사업도 펼치고 있다. <기묘한 이야기>, <위쳐> 등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와 연계된 의류, 라이프스타일 제품들을 한정판으로 제작하여 판매한다. 구독자의 시청 데이터와 팬 커뮤니티의 반응을 분석하여 상품들이 발굴된다. 여기에 브랜드들이 결합하면 세련된 ‘미디어 커머스’ 영역으로 발전한다.
이 글을 읽어주시는 독자 여러분들은 콘텐츠의 제작과 관련된 ‘업’에 종사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기존의 미디어 질서에 갇혀있지 말고 OTT 생태계를 보다 넓게 해석하고 접근하시라고 권하고 싶다. 특정 플랫폼에 귀속될 필요가 없는 독자 여러분들에게 OTT 생태계는 창작의 접점을 넓혀주는 것은 물론 다양한 시도를 가능케 해줄 것이다. OTT 생태계는 유연성의 무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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