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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음악

화제의 앨범 [약속 Promises]을 듣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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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음악

화제의 앨범
[약속 Promises]을 듣고서

황덕호 재즈 칼럼니스트

  • 1999~현재 KBS 클래식FM <재즈수첩> 진행
  • 저서 ≪그 남자의 재즈 일기: 재즈 입문자를 위한 명반 컬렉션≫
  • ≪당신의 첫 번째 재즈 음반 12장≫ 시리즈, ≪다락방 재즈≫ 역서
  • ≪재즈: 기원에서 오늘날까지≫, ≪빌 에반스: 재즈의 초상≫
  • ≪재즈,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음악≫
  • 경희대학교에서 재즈의 역사와 대중음악사 강의 중
  • 독일과학교육부 주관 과학경연대회 ‘사이언스슬램’ 2014년 우승
  • 저서 ≪뇌 속에 또 다른 뇌가 있다≫ , ≪뇌는 춤추고 싶다≫
  • 공저 ≪십대, 미래를 과학하라!≫

황덕호 재즈 칼럼니스트

  • 1999~현재 KBS 클래식FM <재즈수첩> 진행
  • 저서 ≪그 남자의 재즈 일기: 재즈 입문자를 위한 명반 컬렉션≫
  • ≪당신의 첫 번째 재즈 음반 12장≫ 시리즈
  • ≪다락방 재즈≫ 역서
  • ≪재즈: 기원에서 오늘날까지≫
  • ≪빌 에반스: 재즈의 초상≫
  • ≪재즈,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음악≫
  • 경희대학교에서 재즈의 역사와 대중음악사 강의 중
  • 독일과학교육부 주관 과학경연대회 ‘사이언스슬램’ 2014년 우승
  • 저서 ≪뇌 속에 또 다른 뇌가 있다≫ , ≪뇌는 춤추고 싶다≫
  • 공저 ≪십대, 미래를 과학하라!≫
최근에 골수 재즈 팬들 혹은 음악 팬들 사이에서 화제를 불러 모은 음반 한 장이 있다. 색소포니스트 파로아 샌더스, 전자음악 작곡가 플로팅 포인츠 그리고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협연한 앨범 [약속 Promises]이다. 이 음반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은 인물은 플로팅 포인츠로 샘 셰퍼드가 본명인 그는 지난 2015년부터 미니멀리즘 계열의 전자음악을 발표하기 시작했고 이번 앨범은 그의 세 번째 작품이다.
연주시간 46분 37초에 이르는 [약속]은 전체 아홉 개의 곡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곡은 ‘약속’이라는 제목에 1번부터 9번까지의 번호가 붙어 있다. 하지만 음악을 들으면 각 곡의 구분은 거의 무의미하다. 모든 곡은 매듭 없이 연결되어 있고 플로팅 포인츠가 건반악기로 연주하는 한 개의 악절(이 악절은 일곱 개의 음으로 구성되어 있다)은 곡의 시작부터 끝까지 적절한 간격을 두고 무수히 반복된다. 단지 미묘한 음색의 변화가 서서히 등장하며 전자악기로 시작되었던 느리게 변동하는 코드는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샐리 허버트 지휘)의 연주로 옮겨갔다가 어느새 다시 프로팅 포인츠의 전자악기로 돌아온다. 존 콜트레인의 음악적 적자(嫡子)였던 팔순의 파로아 샌더스는 그 어느 때보다도 조용하게 색소폰 즉흥연주를 그 위에 수놓는다. 앨범 [약속]에 대한 평론계의 반응은 뜨겁다.
“샌더스의 색소폰은 더욱 조용해졌지만 정서적으로 더욱 강력해졌다… 파로아 샌더스 만년의 명백한 걸작.” (9/10점) – 마크 리처드슨, <피치포크>
“이 비범한 협업을 들으려면 최고의 스피커와 혼절할 수도 있는 감상자를 받쳐줄 수 있는 푹신한 소파가 필요하다.” (★★★★★ 만점) – 키티 엠파이어, <가디언>
“[약속]은 샌더스의 과거 작품들을 모방한 것을 넘어서 셰퍼드가 우리에게 선사한 최고의 선물이다.” (비평가의 선택) – 조바니 루소넬로, <뉴욕타임스>
현재까지 가장 인색한 점수는 <올뮤직 가이드>의 앤디 켈먼이 준 별 세 개 반(별 다섯 개 만점)인데 하지만 그 역시도 “샌더스가 너무 일찍 퇴장함에도(샌더스는 7악장 이후에 등장하지 않는다) 이 여정은 끝까지 갈만하다.”라며 호의적으로 평가했다.
많은 평론가들이 이 음악의 장르를 규정할 수 없다고 말하지만 작곡가인 프로팅 포인츠의 지향점을 놓고 본다면 이 작품은 명백한 앰비언트 뮤직(전통적인 음악에서 부수적인 것으로 취급되던 음색과 분위기를 강조하는 음악)이다. 선율, 화음, 리듬 등 음악의 구성적 요소보다는 소리의 음색, 그 음색이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음악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이 음악은 기승전결이 없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아홉 개의 악장을 거치면서 만나는 음악의 파장은 마치 변하지 않는 먼 지평선을 바라보며 달리는 차창의 풍경처럼 서서히 변화했다가 서서히 사라진다.
플로팅 포인츠가 독주자로 파로아 샌더스를 초대한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아마도 그는 샌더스의 대표작 [카르마 Karma](1969년 작)와 [블랙 유니티 Black Unity](1971년 작)를 들었을 것이고 이들 앨범을 통해 매우 단순한 화성구조 안에서 30여 분 동안 즉흥연주를 펼치는 샌더스의 모습을 보았을 것이다. [약속]과 젊은 시절 샌더스의 앨범들은 대략 50년의 간극을 두고 있고 그 정서 역시 사뭇 다르지만 그 안에는 분명한 일관성이 있다. 그것은 음악적 논리를 최대한 배제한, 오로지 기분, 분위기 더 나아가 무의식을 통한 음악적 접근이다. 마일스 데이비스, 존 콜트레인의 경우에서 볼 수 있다시피 음악적 논리에서 벗어나려는 이 방식은 즉흥 연주자에게 필연적인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무의식의 음악은 즉흥 연주자의 것만이 아니라 21세기 음악의 중심이 되었다. 18세기 이후로 비약적으로 발전한 음악적 논리는 모든 음악이 우러러보는 하나의 절대 가치였다. 하지만 20세기에 들어오면서 나타난 음악의 대중화, 일상화, 여기에 갈수록 가중되는 사람들의 정신노동의 무게는 정교한 음악적 논리를 더 이상 감상의 대상으로 바라볼 수 없게 만들었다. 인류가 소리에 질서를 부여하고 그 질서를 다듬어서 만든 여러 음악적 장치는 어느덧 사람들에게 점점 버거운 것이 되어가고 있으며 음악은 논리를 거둬내고 다시 단순한 세계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에릭 사티, 미니멀리즘, 뉴에이지 음악, 그레고리안 찬트, 막스 리히터, 요한 요한손을 거치는 이 과정은 결국 음악의 단순화이다. 조금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음악에서 소리로, 그래서 결국 자율감각쾌락반응(ASMR)에 대한 탐닉도 이러한 현상의 일부가 아닐까. 이는 분명히 음악의 퇴조이다. 하지만 이 현상을 반드시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인류의 문화는 늘 환경에 의해서 변화해 왔기 때문이다. 그 속에서 흥망성쇠의 주기를 거치기 때문이다. 이제 인류가 음악과 만나면서 느꼈던 감탄, 감동, 경외의 자리를 평안, 위로, 치유가 차지하게 되었다. 이들이 필요하다면 [약속]을 들어보시기 바란다. 동시에 음악이 지금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지도 한 번쯤 생각해 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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