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작가

v183-프로필-김기호

김기호 한국방송작가협회 회원

  • MBC 시트콤 <김치치즈스마일>
  • tvN <푸른거탑 시리즈>
  • SBS 주말드라마 <모던파머>
  • JTBC 월화드라마 <으라차차 와이키키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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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콤, 부활을 꿈꿀 수 있을까?

바로 지금, 시트콤이 가장 필요한 시대

v183-프로필-김기호

김기호 한국방송작가협회 회원

  • MBC 시트콤 <김치치즈스마일>
  • tvN <푸른거탑 시리즈>
  • SBS 주말드라마 <모던파머>
  • JTBC 월화드라마 <으라차차 와이키키 1, 2>
<푸른거탑>, <롤러코스터>, <논스톱 5> 등 수많은 청춘 시트콤을 집필하며 시트콤에 남다른 애정을 가져온 김기호 작가. 시트콤이 침체기에 빠졌던 2018년 ‘멸종위기에 처했던 청춘 시트콤의 극적 부활’을 내세우며 <으랏차차 와이키키>를 선보였지만 시트콤의 부활을 견인하진 못했다. 2021년, 다시 시트콤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이즈음, 김기호 작가가 말하는 시트콤 부활의 조건은 무엇인지 일문일답으로 정리해보았다.
(정리_김윤양 책임 편집위원)
<순풍산부인과>, <남자 셋 여자 셋>, <논스톱> 시리즈 등 시청자들의 뇌리에 남은 전설적인 시트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시트콤이 비주류라 평가받으며 부침을 거듭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시트콤이 아니라 코미디라는 장르 자체가 비주류로 평가받고 있다고 해야 맞지 않을까 해요. 코미디는 유치한 것, 교양 없는 것이라 늘 무시당하고 경시당해 온 것이 우리나라 코미디의 역사니까요. 방송국 내에서도 코미디를 바라보는 시선은 마찬가지였어요. 그러다 보니 좋은 작가들이 떠나고, 좋은 연출자도 떠나고, 좋은 배우들도 시트콤을 기피하게 되는 현상이 일어났죠. 그러니 작품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고 당연히 시청률도 떨어졌죠. 그러다 결국 시트콤은 한물간 장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대부분의 방송사에서 퇴출되다시피 했던 거고요. 코미디에 대한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시트콤이 비주류에서 벗어나는 일은 아마 어렵지 않을까 해요.
시트콤이 시효를 다한 장르라고 하는데 한편으로는 지상파 방송사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의 가장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코너가 과거 시트콤의 재편집본입니다. 요즘 10대들이 가장 열광하는 콘텐츠들 중 하나이기도 한데요. 요즘 젊은 학생들은 왜 예전 시트콤에 열광할까요?
요즘 워낙 웃을 일이 없기 때문 아닐까요? 웃기는 시트콤을 보고 싶어도 국내 시트콤은 거 의 없다시피 하니 볼 수 있는 게 옛날 시트콤밖에 없잖아요. 해외 시트콤이란 선택지가 있긴 하지만 해외 시트콤이 아무리 재미있어도 우리나라 배우들이 나오고 우리나라 정서에 맞는 시트콤이 주는 재미는 또 다르잖아요. 거기다 예전 시트콤들은 정말 확실하게 재밌고 웃겼으니까요. 이런 현상을 보면 시트콤이란 장르가 한물간 게 아니라는 게 확실하다고 생각해요. 시트콤이란 장르의 문제가 아니라 작품의 재미와 퀄리티가 문제였던 거죠. 다시 재밌고 웃기는 국내 시트콤이 등장하면 돌아올 시청층은 얼마든지 있다고 생각해요.
많은 분들이 시트콤 부활이 어려운 이유로 열악한 제작환경을 꼽습니다. 새로운 에피소드와 빠듯한 촬영 일정을 소화하는 노동 강도, 그리고 제작비를 감당하지 못하다 보니 퀄리티가 낮아지는 악순환을 겪어왔다고 하는데 개선의 여지는 없는 것인지요.
사실 열악한 환경 이야기는 시트콤에 대한 고정관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과거 주 5회 방영하던 일일시트콤 시절 이야기랄까요. 과거처럼 주 4~5회 방영하는 일일시트콤의 부활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생각해요. 주 30분 분량 5회차에, 회별 에피소드가 2개 이상이니 합이 10개가 넘는 에피소드를 일주일 안에 짜낸다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작업일뿐더러 가능하더라도 퀄리티의 저하를 가져올 수밖에 없는 구조니까요. 때문에 주 1회에서 2회 정도로 회차를 줄여 퀄리티를 높일 수 있는 충분한 제작 기간 확보가 필요하다고 봐요.
다행히 현재 방송가에서도 일일시트콤 제작을 추진하지는 않는 듯해요. OTT는 주당 방송 회차에 연연할 필요가 없는 매체니 제작 여건이 더 좋고요. 뭐 제작환경이야 더 좋아지면 좋겠지만 현재 시트콤 부활을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건 시트콤에 재능 있는 작가, 연출자, 배우들의 충원이라고 생각해요.
김기호 작가가 집필한 JTBC <으랏차차 와이키키> 홍보 포스터
시트콤이 내리막을 걷던 2018년 <으랏차차 와이키키> 때도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고 했을 정도로 탄탄한 대본에 대한 평가가 좋았습니다. 시트콤에 재능있는 작가군의 부족도 시트콤 본격 부활의 장애 요소로 꼽는 분들이 많은데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코미디에 강점을 가진 연출가와 코미디에 재능있는 배우도 많이 부족하지만, 현재 시트콤에 대한 이해도가 갖춰진 작가가 터무니없을 정도로 부족한 상황이에요. 이제 시트콤 전문 작가 부족 현상은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 된 것 같아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근 10년간 시트콤이 사라졌기 때문이죠. 그러다 보니 좋은 작가들이 하나둘 드라마 장르로 떠났고, 시트콤이 없다 보니 신인 작가들이 진입해 차근차근 성장할 방법도 사라진 거죠. 이제 시트콤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가 있는 작가들은 최소 10년 차 이상의 작가들밖에 없는 상황이에요. 그마저도 각기 다른 제작사에 계약이 되어 있는 상태라 함께 작업을 할 수도 없고요. 시트콤은 여러 명의 작가가 공동창작을 할 수밖에 없는 장르인데 작가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부족하니 제작이 쉽지 않은 상황이죠.
해결 방법은 지금부터라도 꾸준히 시트콤이 제작되어 신인작가들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밖에는 없다고 봐요. 그러려면 일단 시트콤으로 성과를 내는 작품이 등장해야 하고, 그로 인해 방송가의 인식이 바뀌면 시트콤 장르에 대한 처우가 바뀌고 제작환경이 훨씬 더 좋아지겠죠. 그렇게 되면 역량 있는 작가들과 연출가 배우들이 시트콤에 관심을 갖게 될 거고 시트콤의 전성기는 다시 찾아올 거라 생각해요.
청춘 시트콤들을 보면 청년실업이나 성폭력 같은 사회문제들을 두루 다루면서 가볍지도 또 무겁지도 않게 잘 표현해왔습니다. 시트콤은 어떻게 이런 재미와 의미를 함께 다루나요? 정통 드라마와 시트콤의 구성은 어떻게 다른지도 궁금합니다.
정통 드라마가 하나의 큰 서사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한다면, 시트콤은 큰 서사 없이 단편적인 소재를 이용해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하죠. 물론 시트콤도 회별로는 기승전결이 존재하지만 작품 전반을 꿰뚫는 서사는 드라마에 비해 상대적으로 굉장히 약해요. 오히려 큰 서사가 있으면 에피소드 창작에 방해가 되기에 일부러라도 큰 서사는 넣지 않는 게 대부분이고요.
일단 배경과 인물 구성, 캐릭터만 세팅되면 오징어를 구워 먹다 싸우는 실없는 얘기부터 청년 실업 문제로 눈물 쏙 빼는 이야기까지 불가능한 소재가 없는 게 시트콤 장르의 매력이죠. 거기에 시트콤 제1의 목표이자 존재 이유는 코미디이기에 우울하고 슬픈 이야기도 재미있고 웃기게 만들어야 하죠. 그래서 볼 때는 배꼽 빠지게 웃지만 보고 나면 가슴이 따뜻해지고 때로는 짠하기도 한 에피소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요.
시트콤은 무엇보다 웃음에 기반한 드라마라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시청자를 웃기기란 정말 힘든 일이죠. 시트콤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전하는 이 작업의 가치랄까요? 웃음에 대한 남다른 철학이 있을 것 같습니다.
요즘 뉴스를 보면 각종 혐오범죄니 부동산 폭등이니 거기다 청년실업에 학교폭력 심지어 코로나19까지… 뭐 하나 웃을 일이 없는 세상이잖아요. 이렇게 갑갑한 세상에 하루 한 시간이라도 마음 편안히 TV 보면서 웃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냥 사람들이 많이 웃을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요즘이야말로 시트콤이란 장르가 가장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사실 시트콤을 추구하는 거창한 이유나 철학 같은 건 없어요. 그냥 제가 원래 코미디란 장르를 좋아해요. 인간이 애초에 깃털처럼 가볍기도 하고요. 옛날부터 남들 웃기는 게 제일 재밌었고 제일 잘하는 일이었던 거 같아요. 그래서 이 직업으로 밥벌이하며 살 수 있는 게 하늘이 준 제일 큰 복이다 생각하고 살아요.
넷플릭스, 디즈니 채널, 그리고 토종 OTT 등 플랫폼이 다양해지면 시트콤 장르도 타깃 연령에 맞는 특화된 채널을 확보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이러한 움직임이 시트콤 부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요?
플랫폼이 많아지는 건 당연히 너무나 좋은 일이죠. 공중파처럼 방송 분량이 정확하게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시간에 쫓겨서 빨리빨리 만들어야 하는 것도 아니니까 에피소드에 정성을 들일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생겨서 좋죠. 성인 시트콤이나 청소년 시트콤, 어린이 시트콤 등 채널 색깔에 맞게 여러 장르를 시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방송가에서 시트콤은 이제 생명을 다한 장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어요. 하지만 다양한 OTT들이 생겨나고, 드라마 제작비가 치솟으면서 시트콤을 찾는 수요가 조금씩 생겨나는 중인 것 같아요. 아무래도 드라마보다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작비로 만들 수 있다는 점, 시즌제로 가기에 용이하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게 아닌가 싶어요. 현재 여러 곳에서 시트콤을 기획하고 제작 중인 것으로 알고 있고, 저 또한 시즌제 시트콤을 준비하고 있어요.
다만 반드시 퀄리티 있는 작품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봐요. 매체가 늘어나고 기회가 늘어났다고 퀄리티 떨어지는 작품을 우후죽순 쏟아내면 다시 시트콤은 외면 받을 거고 사라질 거예요. 시청자는 생각보다 훨씬 냉정하고 쉽사리 웃어주지 않는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하죠. 이 점은 정말 정말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요즘 시대, 시트콤을 통해 작가님이 꼭 전하고 싶은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백 퍼센트 웃음이라고 생각해요. 시트콤의 존재 이유는 누가 뭐래도 웃음이니까요. 사람들은 웃고 싶어서 시트콤을 본다는 사실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하죠.
거기에 한 스푼 정도의 위로, 공감, 따뜻함을 줄 수 있는 작품이면 시청자는 자연스럽게 시트콤을 다시 사랑해 줄 거라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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