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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윤 데일리안 문화·스포츠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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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콤, 부활을 꿈꿀 수 있을까?

시트콤 전성시대는 정말 끝났을까?

프로필-류지윤

류지윤 데일리안 문화·스포츠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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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 배우 ‘등용문’으로 불리며 시트콤이 톱스타가 출연하는 미니시리즈보다 화제가 되고 시청률이 높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2017년 방송된 MBN <너의 등짝에 스매싱> 이후 정통 시트콤이라 부를 수 있는 작품이 TV 편성표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방송에서만 사라졌을 뿐 오히려 사람들은 여전히 시트콤을 보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시트콤 전성기는 끝났다’는 말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과거 시트콤에 대한 향수, 제작은 여전히 망설여
소셜미디어와 유튜브에서는 MBC <남자셋 여자셋>, <논스톱> 시리즈, <안녕 프란체스카>, <하이킥> 시리즈, SBS <순풍산부인과>,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등 2000년대 초반 방송된 시트콤이 역주행하고 있다. 여전히 <순풍산부인과> 미달이, <하이킥>에서 ‘빵꾸똥꾸’를 외치던 혜리가 회자 되는 상황이다.
이에 각 방송사들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제작비를 들여 새로 시트콤을 만들기보다 과거의 시트콤을 재활용하자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MBC는 지난해 5월 유튜브 공식 계정에 ‘오분순삭’이라는 코너를 새로 만들었다. <지붕 뚫고 하이킥>, <거침없이 하이킥>, <뉴 논스톱> 등 과거 시트콤을 5분으로 편집해 업로드하고 있다. SBS도 ‘SBS NOW’에 <순풍산부인과>와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를 10분짜리로 편집해 올리기 시작했다. 조회 수도 나쁘지 않았다. ‘★레전드★ 미달이의 방학숙제 편’은 522만 조회 수를 기록했고 대중은 댓글로 과거의 시트콤을 보고 즐기며 현재까지도 과거의 향수에 젖어있다.
하지만 지상파와 케이블, 종합편성채널 방송국들은 시트콤의 역주행을 눈으로 확인했지만 정작 제작에는 소극적이다. 현재 TV조선의 <어쩌다 가족>이 시트콤을 표방한 홈드라마만을 방영하고 있을 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저조한 시청률과 지상파 광고 시장 축소, 제작비 증가 등의 방송 제작 환경 변화가 시트콤 제작을 고민하게 만든다.
‘시트콤의 전성기’라고 불렸던 1990~2000년대 방송한 <세 친구>는 평균 시청률 38%, <순풍산부인과>는 20.7%, <뉴 논스톱> 27.7%, <거침없이 하이킥> 20.4%, <지붕 뚫고 하이킥> 24.9% 등 높은 수치를 자랑했지만 2010년대에 들어서는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2010년 방송된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이 15.5%, KBS2 <일말의 순정>이 8.8%, <닥치고 패밀리> 10.3% <도롱뇽도사와 그림자 조작단>이 7.5%의 시청률을 보였다. 자체 최고시청률이었지만, 과거의 영광을 누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순풍산부인과> 편집 영상 썸네일 갈무리, 출처: SBS 공식 유튜브 채널 ‘SBS NOW’
<순풍산부인과> 편집 영상 썸네일 갈무리
출처: SBS 공식 유튜브 채널 ‘SBS NOW’
전통적인 시트콤 탈피, 형식의 변주로
현재 OTT 웹드라마들이 미드폼 형식으로 만들어지며 시트콤이 하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OTT는 지상파와 다르게 방송통신위원회의 규제를 받지 않고 있기에 수위와 장르를 더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 신인 배우 기용에도 적극적이다. 웹드라마에 톱스타들이 출연하지 않는 것이 신인 배우들을 캐스팅하는 이유였지만, 현재 OTT 웹드라마들이 하나의 영역으로 인정받자 이름 있는 배우들이 하나둘씩 물꼬를 텄다. 박하선, 정우, 오연서, 지창욱, 김지원 등이 그 예다.
또한 예능형 드라마도 시트콤 형식을 변주해 인기를 누리고 있다.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가 의기투합한 <응답하라> 시리즈가 성공을 거뒀고 <식샤를 합시다>, <막돼먹은 영애씨>, <프로듀사>, <쌉니다 천리마마트>, <제발 그 남자 만나지 마요> 등 시트콤의 강점이었던 코미디와 드라마적 스토리가 중심이 되는 작품들이 방송들이 꾸준히 만들어지고 있다. 시스템 변화와 아이디와 소재 고갈, 제작비 문제로 찬밥신세가 됐지만 예능에서 활약하던 PD와 작가들이 드라마적 성향의 예능 드라마로 대체 아이템을 찾은 것이다. 이 시도는 드라마와 예능의 결합이 충분한 시너지가 된다는 사례가 됐다.
과거 지상파 시트콤을 만들었던 제작사 관계자는 “러닝타임이 짧고 드라마처럼 쟁쟁한 배우가 출연하지 않아 지원제작에도 제약이 있다. 어떻게든 협찬을 받아서 이어가 보려고 했지만 시트콤이 주 5일씩 방영되지 않았나. 광고 수입으로 제작비를 채워야 하는데 투자를 받아오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면서 “주 5일 에피소드가 제작 일정을 짜기에도 위험부담이 컸다. 시트콤 대본을 쓰기도 바쁘고, 찍기도 바빴다. 그러니 에피소드의 퀄리티는 떨어질 수밖에 없고 시청률은 저조했다. 이것들도 시트콤 제작을 어렵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였다”고 현실적인 이유를 말했다.
이 관계자는 2019년 7월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면서 제작비와 제작 기간이 동시에 길어지고 있는 업계 환경 때문에 지상파에서 과거와 같은 시트콤을 만들어내는 건 더 이상 무리라고 전망했다.
시트콤 제작의 주역들 – OTT로, 드라마로
그러자 제작사들은 TV가 아닌 OTT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미스틱스토리는 넷플릭스와 손잡고 시트콤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를 제작한다고 선언했다. 이 작품은 <남자 셋 여자 셋>부터 <논스톱> 시리즈까지 대한민국 최고의 인기 시트콤을 제작해온 시트콤 전문 프로듀서 권익준 PD가 크리에이터 겸 연출을 맡았다. 또 <하이킥>, <감자별 2013QR3>, <너의 등짝에 스매싱>을 연출한 김정식 PD가 함께하고, 각본은 <순풍산부인과>, <뉴논스톱>의 서은정 작가와 <논스톱 1, 2, 3>, <막돼먹은 영애씨 15, 16, 17>의 백지현 작가가 맡았다.
웨이브는 오리지널 시리즈 시트콤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를 제작한다.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는 블랙 코미디 형식으로 12부작이며,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탑 매니지먼트>, <대세는 백합> 등을 연출한 윤성호 PD가 연출을 맡았고 <그 새끼를 죽였어야 했는데>, <제발 그 남자 만나지 마요> 등의 드라마를 기획해온 크리에이터 송편이 김홍기, 최성진, 박누리 작가 등과 의기투합한다.
시트콤 르네상스를 이끈 주역들이 의기투합해 제작하는 건 반가운 일이지만, 아직 시트콤의 부활을 논하기는 이르다. 카카오M이 지난해 9월 <프로듀사>의 서수민 PD와 <해어화>의 박흥식 감독, 의 유희원, 김미정 작가가 뭉친 <아름다운 남자, 시벨롬>을 공개했지만 화제가 됐던 카카오M의 다른 콘텐츠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큰 인기를 누리진 못했다.
다시 논점으로 돌아와, 우리는 TV에서 시트콤을 다시 볼 수 있을까. 여전히 쉽지는 않아 보인다. 과거 인기 시트콤 메인 작가로 활약했던 작가들이 슬럼프 침체기에 빠지자 드라마 업계로 이동해 승승장구 하고 있다. <멋진 친구들>, <프로듀사>를 집필했던 박지은 작가는 <별에서 온 그대>, <푸른 바다의 전설>, <사랑의 불시착>을 썼고, <논스톱> 출신 박혜련 작가는 <너의 목소리가 들려>, <스타트업>으로 사랑받았다. <순풍산부인과>, <거침없이 하이킥>의 대본을 쓴 송재정 작가는 드라마 <나인>, <삼총사>, <알함브라의 궁전> 등 히트작을 내놨다.
이들이 다시 돌아온다면 화제성은 물론 투자를 받는 데 큰 도움이 되겠지만 이들은 이미 드라마 업계에서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꼭 시트콤을 TV에서 봐야 할까. 넷플릭스와 웨이브가 시트콤을 호의적으로 바라보며 제작을 시작했다. 현재 디즈니 플러스가 하반기 국내 상륙을 준비 중이고, 유튜브, 카카오TV, 쿠팡, 티빙 등 국내 OTT도 경쟁을 펼치며 좋은 콘텐츠를 미리 선점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시대와 방송 환경, 제작의 변화를 캐치한다면 시트콤의 부활은 더 이상 신기루 같은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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