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작가

여기 이 작가

소소하지만 찬란한 사람 여행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 이언주 작가

설준석 편집위원 / 사진 김용철 / 장소협조 카페 연남동Home

여기 이 작가

소소하지만 찬란한 사람 여행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
이언주 작가

설준석 편집위원
사진 김용철
장소협조 카페 연남동Home

코로나 시대가 어느새 1년이 훌쩍 지났다.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이 되면서 지인들과 편하게 만나 도란도란 수다를 떠는 시간들이 더없이 그리워졌다. 그래서일까. 자기님들이라 불리는 우리 이웃들의 소소한 삶의 이야기를 방송에서라도 듣는 게 소중하고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것이.
<무한도전> 때 멤버들이 거리로 나가서 시민들을 만나는 코너가 있었어요. 잠깐 선보였던 코너였는데 일반 시민들과 연예인들의 돌발 만남에서 오는 재미가 있었죠. 무한도전 끝나고 유재석 씨랑 같이 tvN에 와서 새 작품을 준비하게 됐는데 <무한도전> 때 했던 코너 같은 걸 해보면 어떨까 싶은 거예요. 유재석 씨는 매니저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창밖을 볼 때면, 거리 위의 사람들이 늘 궁금했대요. 할머니 손에 들린 검은 봉지 안에는 뭐가 들었을까. 교복 입고 걸어가는 저 학생은 집에 가는 걸까, 학원에 가는 걸까. 그런 유재석 씨가 직접 거리로 나와 일반 시민들에게 궁금했던 것들을 질문하고 대화를 나눠보면 재밌지 않을까 싶어서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을 시작하게 됐어요. 제목에 ‘퀴즈’가 들어가다 보니까 처음엔 퀴즈 프로그램으로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었는데, 퀴즈라는 요소를 넣은 건 거리에서 만났던 시민 분들과 헤어질 때 어정쩡하지 않게 하는 장치가 필요해서였어요. 그리고 이분들한테 뭐라도 하나 드리고 싶은 거예요. 아침 라디오에서 들은 상식으로 맞출 수 있을 법한 쉬운 퀴즈를 내고 그걸 맞추면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듯 100만 원을 드리는 거죠. 혹시나 못 맞추게 되면 상품이라도 드리고요.
기획 초반엔 거리로 나가 섭외도 안 된 시민들을 상대로 토크를 하는 포맷에 대해 우려의 시선도 있었다고 한다. 2018년 여름 <유퀴즈>가 방송된 후, 국민MC와 일반 시민들의 토크가 주는 ‘날것의 케미’가 조용히 입소문 나면서 지금은 tvN 대표 장수 예능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유퀴즈>도 코로나19를 피해갈 순 없었다.
코로나19 때문에 거리로 직접 나가는 건 할 수 없었어요. 실내에서 시민들을 모셔 이야기를 나눌 수밖에 없었죠. 길거리에서는 누굴 만날지 모르는 불확실성 속에서 이야기에 힘이 만들어졌던 건데, 그걸 할 수 없으니까 주제에 맞는 기획을 해서 거기에 맞는 시민들을 모시고 궁금한 이야기들을 듣는 포맷을 선택하게 됐죠. 원래 포맷을 좋아하시는 분들도 있고, 다양한 직업군들의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는 요즘을 더 좋아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제작진이나 MC나 빨리 코로나19가 끝나서 거리로 나가 일반 시민들을 직접 만나고 싶어 하죠.
역설적이게도 현재의 포맷으로 바뀌면서 대중의 관심이 더 높아졌고 시청률도 올라갔다. 방탄소년단이 출연한 99회 시청률은 최고 11.2%까지 치솟았고, 한국갤럽이 발표하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TV 프로그램’ 순위에서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지금이 화제도 더 되고 많은 분들이 사랑해 주시지만, 처음에 길거리 돌아다니면서 만난 다양한 시민들과 그분들의 이야기들이 쌓이면서 지금 이렇게 꽃이 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어느 때부턴가 방송에서 토크쇼들이 많이 사라지면서 그 빈자리를 <유퀴즈>가 채운 부분도 있는 거 같아요. 코로나19가 터진 이후에는 다들 못 만나고 이야기도 못 나누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야기를 너무 좋아하잖아요. 남의 직장 일이나 가족사에 대해서도 궁금해하고. 그런 이야기들을 탁월한 MC가 작은 토크쇼처럼 지루할 틈 없이 전개하니까 좋아해 주시는 거 같아요. 한 분당 평균 20분 정도 토크가 진행되거든요. MC 성향상 너무 깊이 들어가지도 않고요. 힘들었던 걸 고백하는데 물어서 더 깊이 더 들어가지 않고 이분이 지금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 정도만 듣는 스타일인데, 이런 게 현재 방송 중인 프로그램들하고 차별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 사회 곳곳에서 본인의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있는 자기님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유퀴즈>는 대중적 인기와 동시에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지난 4월 방송된 ‘은밀한 이중생활’ 편에서 청년들을 위해 식당을 운영하는 신부님의 이야기가 공개된 후, 큰 자기 유재석 씨를 비롯해 사회 각지에서 식당을 응원하는 기부가 이어지고 있다.
예능 방송이니까 재미가 가장 중요하지만 방송이 마땅히 짊어져야 할 사회적 역할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요. 요즘 사람들이 어떤 거에 분노를 하면 그걸 다뤄서 같이 이야기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고요. 재미는 사실 어떻게 보면 MC들이 황당한 질문도 하고 자기들끼리 수다도 떨고 하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저희는 아이템 기획할 때 뭔가 흥미로우면서도 사회적으로 생각해 봄 직한 화두나 같이 고민하고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선정해 모신 분의 목소리를 통해서 들려드리려고 하는 거죠. 그게 저희 의도대로 통할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고 은은하게 전달될 때도 있고요.
부산에서 나고 자랐다는 이언주 작가. 학창시절엔 조용한 학생이었다고 한다. 바닷가 앞에 살아서 바다를 보고 앉아 이런저런 공상하는 걸 즐겼고, 시를 쓰기도 했지만 작가가 꿈은 아니었다. 취업 전망이 좋다는 이유로 환경공학과에 진학했다가 선배의 권유로 아리랑 TV에서 인턴작가로 방송 일을 시작했는데, 어느새 20년이 흘렀다.
시청률이 잘 안 나오면 힘들고 다음 회는 잘 나오겠지 기대하면서 스스로를 위로하는 일의 반복이 방송작가의 삶인데, 방송 일을 하면서 특별히 더 힘들었던 순간은 <나는 가수다> 때였어요. 김건모 씨의 재도전이 사회적인 이슈가 되면서 프로그램이 중단되기까지 했어요. 제작진의 잘못된 결정으로 프로그램이 벼랑 끝에 내몰렸던 그때 무척 힘들고 반성도 많이 됐죠. 저희는 어렵게 섭외한 가수를 너무 빨리 떠나보내는 게 아쉬웠고, 시청자분들도 이 정도는 이해해 주지 않을까 싶었는데 오판이었죠. 국보급 가수들의 무대였지만 ‘경연’이 콘셉트였기에 룰의 공정함을 엄격하게 지켜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던 거죠.
방송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요즘이다. 대세로 떠오른 OTT 플랫폼에서 드라마는 물론이고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들이 스트리밍 중이고 론칭을 기다리고 있다. 20년 차 예능 작가는 달라진 방송 환경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저도 한땐 하루라도 빨리 OTT로 건너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뇌를 꺼내서 OTT 플랫폼에 맞게 바꿔야 지금의 방송 환경에서 살아남지 않을까 싶었던 거죠. 근데 결국 보면 플랫폼에 맡게 변형은 있지만 방송의 기본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 공감하는 것에 있다고 생각해요. 제작사들 입장에서는 달라진 환경에 맞게 이 기획은 어느 공중파가 어울릴 거 같다, 이건 어느 OTT가 더 맞을 거 같다 찾아다닐 수 있지만, 작가 입장에서는 지금 사람들이 뭘 궁금해하고 어떤 이야기에 공감하는지를 찾는 게 본질인 거 같아요. <나는 가수다> 할 때 김영희 국장님이 회의실에 항상 ‘궁금증’, ‘새로움’, ‘공감’ 세 장을 뽑아서 붙여놓고 여기에 부합하는 아이템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었어요. 세 개 중에 두 개만 부합해도 성공이고. 세 개 다 부합하면 대박인 거고. 그거는 크게 바뀌지 않은 거 같아요. 공중파가 됐든 OTT가 됐든 사람들이 뭘 궁금해하는지, 어떤 걸 새롭게 볼지, 어디에 공감할 수 있는지를 찾는 게 작품 기획할 때 가장 중요 포인트라고 생각해요.
방송작가 이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이런저런 막연한 생각들은 있지만 지금은 최대한 방송작가 일을 오래 하는 게 목표’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궁금함과 새로움과 공감이 녹아있는 이언주 표 예능을 오래도록 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 든다.

이언주 작가

집필경력
2002~2004 아리랑TV
2005~2008 KBS 해피선데이 <지금 만나러 갑니다> <날아라 슛돌이> <여걸식스>
2011~2012 MBC <나는 가수다>
2013~2014 tvN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
2014~2018 MBC <무한도전>
2018~현재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수상경력
2015 MBC 연예대상 작가상 <무한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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