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작가

해외통신-중국

교육 드라마 전성시대

박현숙 중국 해외통신원

  • 자유기고가
  • 중국통신원, 번역가
  • 한겨레21 연재 중, 언론사 코디네이션
  • 저서 ≪3인3색 중국기≫
  • 번역서 ≪중국역사를 뒤바꾼 100가지 사건≫, ≪백사람의 십년≫
중국 핵심세대가 직면한 과제, 부동산과 교육 문제
중국에서 1980년대 이후 출생한 세대를 ‘빠링허우’라고 부른다. 1990년대 이후 출생한 세대는 ‘지우링허우’로 통칭한다. 이들 ‘빠링허우’와 ‘지우링허우’ 세대는 지금 중국 사회의 ‘핵심’ 세대다. 20대 중후반에서부터 40대 초반까지를 망라하는 이들 세대의 공통적인 특징이라면 1978년 중국 개혁개방 이후 출생한 세대로, 중국의 초고속 경제성장의 혜택을 누렸고 ‘한 자녀 낳기’ 가족계획 정책으로 어릴 때부터 각 가정에서 ‘소공녀’, ‘소공자’로 키워진 독생 자녀라는 점, 그리고 2천 년대 이후 보편화되기 시작한 컴퓨터와 인터넷 등 각종 디지털 환경에서 성장한 인터넷 ‘플랫폼 경제’ 세대라는 점이다. 특히 ‘빠링허우’ 세대는 이미 30대 중후반을 넘긴 중국 사회의 중추 세대가 되었고 모든 분야의 ‘이슈’를 주도하고 있는 이슈메이커들이다. 때문에 빠링허우들이 겪고 있거나 닥치고 있는 문제들은 중국사회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는 풍향계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중국의 빠링허우들이 겪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부동산(집)과 자녀 교육문제다.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중국의 주요 대도시 집값은 서울과 뉴욕에 비해 결코 싸지 않다. 특히 서울과 마찬가지로 명문 중고등학교가 몰려 있는 이른바 ‘쉐취팡’(학군 좋은 곳 근처의 아파트나 주택) 가격은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일반 시장 가격을 초월하고 있다. 서울 강남 엄마들처럼, 베이징과 상하이 등 중국 대도시에서 자녀 교육에 촉수가 민감한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학교에 입학하기 전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때 명문 학군이 몰려 있는 쉐취팡으로 이사를 해서 본격적인 입시전쟁을 준비한다. 중국은 중학교까지 국가 의무교육제고 고등학교부터는 입시를 통해 인문계와 직업학교로 나뉘며, 인문계도 명문과 비명문으로 나뉜다. ‘까오카오’로 불리는 대학입시는 우리나라 대학입시보다 몇 배는 더 경쟁률이 치열하고 그 결과에 따라 사회적 신분과 계급이 달라지는 모든 ‘인생극장’의 갈림길이다. 때문에 조금이라도 여력이 되는 대도시 중산층 가정에서는 자녀들의 교육에 거의 모든 자원을 올인하고 있다. 유치원에서부터 고3 때까지 촘촘한 인생 계획표와 학원 스케줄을 짜야 하는 것은 우리나라 강남과 목동 등을 중심으로 한 ‘교육 일번지’에 사는 학부모들과 대동소이하다. 지금 중국에서 유치원에서부터 고등학교까지 자녀를 둔 학부모 세대의 절대다수는 빠링허우들이다. 때문에 중국 교육 시장은 이들 빠링허우 학부모들을 겨냥한 각종 교육 상품들을 출시하고 있고, 영화와 드라마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도 빠링허우 세대 학부모들을 겨냥해서, 교육 문제를 주제로 한 다양한 작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교육 이슈를 다룬 작품을 향한 관심
1998년 이후 중국 정부는 주택과 교육 등 기존에 국가가 통일적으로 분배하고 통제하던 분야들을 전면 ‘시장화’했다. 그 결과, 2천 년대 이후 중국인들 대다수의 고민은 집값과 교육문제에 집중되고 있다. 2천 년대 초반 이후 중국 드라마와 영화는 주로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인해 내 집 마련에 애를 먹고 있는 도시 중산층들의 부동산 문제를 소재로 한 이야기들을 많이 다뤘다. 그중 시청률과 사회 화제성 면에서 가장 인기를 끈 작품은 <달팽이 집(蜗居)>이라는 드라마다. <달팽이 집>이 대성공을 거두자, 각 방송사마다 우후죽순으로 부동산 문제 관련한 드라마를 집중적으로 제작해서 내보냈다. 그러다 2014년 무렵 한국 드라마 <상속자들>이 중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제국 고등학교’를 둘러싼 여러 가지 문제들이 중국 사회의 문제와도 오버랩 되어 회자되었고, 그중에서도 특히 교육 문제가 많은 중국 학부모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즈음은 빠링허우 세대가 본격적으로 학부모의 세계로 진입하는 시기이기도 했다. 사회주의 계획경제 시대의 교육을 받고 자라난 부모세대와는 달리, 빠링허우 세대의 상당수는 외국 유학을 경험했거나 한두 번 이상 외국을 여행한 경험이 있는 ‘글로벌화’된 세대들이라 자녀들의 교육 문제에도 이전 세대들과는 다른 다양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지만, 공통점은 ‘좋은 대학’ 혹은 ‘외국 유학’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세태를 반영하듯, 베이징과 상하이 등 대도시 중산층 학부모들 사이에는 일찌감치 자녀 교육 문제에 있어 ‘국내파’와 ‘유학파’로 갈리고 있고 이에 따르는 각종 교육 관련한 사회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교육 전쟁을 다루며 인기몰이를 한 <샤오> 시리즈
2014년 한국 드라마 <상속자들> 인기에 힘입어 중국 안방극장에서는 본격적인 교육 관련드라마 시리즈물들이 쏟아지고 있다. 더욱이 최근 한국의 이 중국에서도 큰 화제와 인기를 끌면서 이를 모방한 중국판 류의 드라마들도 제작되고 있다고 한다. 2015년부터 지금까지 중국에서 가장 많은 인기와 화제 몰이를 하고 있는, 교육 관련한 수준급 드라마는 <샤오>(小) 시리즈로 불리는 연작 드라마다. 2015년 자오웨이가 주연한 드라마 <호랑이 엄마, 고양이 아빠>(虎妈猫爸)를 시작으로 교육드라마 전성시대가 시작되었다. 자녀의 교육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부부간의 갈등으로 확대되면서 가정의 위기까지 맞게 된다는 줄거리를 가지고 전개되는 <호랑이 엄마, 고양이 아빠>가 자오웨이 등을 앞세운 인기스타들과 탄탄한 극본을 바탕으로 성공을 거두자, 뒤이어 곧바로 <샤오> 시리즈의 교육드라마가 잇따라 방영되었다. 이들 작품은 각각 2016년에 나온 <소별리>(小离别)와 2019년의 <소환희>(小欢喜), 그리고 올해 중국 안방극장 최고 인기작인 <소사득>(小舍得)이다. 이들 시리즈들은 각기 중국 대학입시를 앞둔 고3 가정의 문제와 자녀를 유학 보내는 가정 이야기 등을 다루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최근 방영된 <소사득>은 전작 시리즈의 인기를 뛰어넘어 올 상반기 중국 안방가 최고의 화제작이 되고 있다.

중국 드라마 <소사득> (小舍得) 홍보 포스터

기본 줄거리는 초등학생 자녀를 둔 중산층 가정의 학부모들과 아이들이 겪는 각종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이 드라마를 보면, 배경과 언어만 다를 뿐 기본적인 내용은 우리나라 ‘교육 일번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교육 전쟁과 거의 차이가 없어서 마치 한국 드라마를 보는 듯한 기시감마저 느껴지기도 한다.
<소사득>이 큰 인기를 끌면서 중국에서는 이른바 ‘지와(鸡娃, 자녀들을 좋은 학교에 보내기 위해 학부모들이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하는 행위. 예를 들면, 학업 스케줄과 학원 스케줄 등을 짜주고 관리하는 등의 행위, 우리나라의 소위 ‘돼지엄마’들의 교육 방식과 유사) 현상이 주목을 받고 있다. 지와 현상의 중추 세력은 빠링허우들이다. 자녀들의 교육과 입시경쟁에서의 ‘승리’를 위해 가정의 모든 물자와 시간을 올인하고 있는 빠링허우 세대들의 모습은 우리나라 중산층 학부모들의 모습을 빼다 박았다. 드라마 <소사득>을 보면, 2천 년대 이후 중국 중산층들의 경제적 삶의 수준과 우리와 똑같은 자녀 교육에 대한 열망 그리고 그 틈을 치열하게 비집고 들어가는 거대한 교육 시장의 규모를 엿볼 수 있다. 여기에 덧붙이자면, 중국의 도 넘을 수 없는 ‘그들만의 성’을 쌓고 또 하나의 ‘제국고등학교’를 형성해 가고 있다는 것. 중국의 지우링허우들은 과연 빠링허우 학부모 세대들의 ‘지와’ 교육열을 극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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