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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공감

#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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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

김정희³ 한국방송작가협회 회원

  • KBS-2FM <강수지의 가요광장>
  • KBS-2FM <탁재훈의 뮤직쇼>
  • KBS-2R <전영록의 뮤직토크>
  • KBS-2R <이영자 장동혁의 싱싱한 12시>
  • KBS-2R <이윤석 윤정수의 오징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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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공감-v183-01

아이가 그린 하트. 필자 제공

결혼을 한 후 나는 너무 불행했다. 나만 바라봐 줄 것 같았던 남편은 막상 결혼을 하고 봤더니 심청이랑 맞장 떠도 이길 정도로 효심이 지극한 사람이었으며, 결혼만 하면 나의 좁은 자취방을 벗어나 커다란 소파에 널브러져 TV를 볼 줄 알았는데, 신혼집은 소파는커녕 1인용 의자 하나 놓는 것도 버거울 정도로 좁은 집이었다. 결혼생활에 대한 불만을 1절에서 4절까지 랩처럼 쏟아내면 낼수록 친구들이랑 홍대에서 놀던 시절이 눈물 나게 그리웠고, 내가 밥 먹기 싫으면 밥을 안 해도 되는 그 당연했던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햇살 드는 창가에서 모유 수유하는 것이 결혼을 못 한 노처녀 시절 나의 꿈이었건만, 막상 아이를 낳고 보니 모유 수유만큼 어려운 게 없었으며 게다가 집이 좁다 보니 베란다에 켜켜이 쌓아놓은 박스 때문에 앞 트인 남향집인데도 불구하고 햇볕이 들어올 틈이 없었다. 길을 잘못 든 기분! 딱 그랬다. 결혼이 내게는.
그러던 어느 날 웹서핑을 하다가 지칠 대로 지친 육아와 결혼생활에 한 줄기 빛이 되어 줄 문구를 발견했다. 그 글귀는 바로,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 ‘메리골드’라는 꽃의 꽃말이라는데 세상에 이리도 희망적인 꽃말이 존재했었단 말인가! 귤의 빛깔을 닮은 꽃, 메리골드의 이 꽃말이 시들고 쭈글쭈글한 내 인생을 탱글탱글하게 만들어 줄 것만 같았다. 맛집 번호표를 뽑고 대기하다 보면 언젠가는 내게도 순서가 오는 것처럼 행복도 반드시 내 차례가 되면 찾아와 줄 것만 같았다. 그런데 웬걸! 행복은커녕 사는 건 점점 더 힘들어졌다. 비슷한 시기에 결혼한 친한 친구들은 하나둘 집을 사서 자리를 잡고 있는데, 내가 산 집은 몇 년 동안 계속 가격이 곤두박질치는 것도 모자라 팔고 싶어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는 이상한(?) 집이었다. 그 당시 부동산의 ‘ㅂ’도 모르던 신혼부부였던 우리에게 부동산 사장님은 이곳이 바로 뉴타운 지정구역이라 이 집 사놓고 기다리면 곧 새 아파트에서 살게 될 거라며, 우리가 안 사면 바로 내일 다른 사람에게 팔겠다고 했다. 그룹 ‘업타운’은 알아도 ‘뉴타운’은 몰랐던 우린 이것을 사면 부자 된다는 말에 마치 원사이즈 흰 면 티셔츠 고르듯 아무 생각 없이 그 집을 덜컥 사고 말았다. 마당은 있지만 화장실은 없는, 예전에 미니슈퍼였던, 집인지 방인지 모를 그것을 수억을 주고 산 이후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있다. ‘너 바보 아니야?’라는 말과 ‘너 혹시 미친 건 아니지?’라는 말은 원 플러스 원처럼 늘 세트로 함께 한다는 것을. 내가 수년에 걸쳐 수많은 사람들에게 수백 번은 그 말을 세트로 들었으니까. 당장 살 집도 마땅치 않은 처지였던 지라 뼈아픈 순간의 실수가 인생의 실패처럼 느껴졌다. 어쩌면 그때부터 ‘행복’이라는 단어에 그렇게 집착했는지도 모르겠다. 얼마나 행복해지고 싶었으면 ‘하나 둘 셋 넷 행복해져라~ 행복해져라~’라는 커피소년의 노래, ‘행복의 주문’을 내 컬러링으로 했을까?
이런 내가 ‘행복 강박’의 지옥에서 빠져나오게 된 것은 바로, 아이 때문이었다.
몇 년이 지나도 사는 것은 나아지지 않았고, 좁은 집은 아이 짐으로 터져나갈 지경이었으며, 개발된다던 그곳은 꿈쩍도 하지 않고……. 마음이 힘들 때마다 말귀도 잘 못 알아듣는 아이에게 “행복은 우리 마음속에 있는 거야”라는 말을 가끔 하곤 했다. 그건 바로,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자 다짐이고 확인이었다. 그리고 며칠 후 아이를 재우려 함께 누웠다가 물었다.
“기억나? 엄마가 행복은 어디에 있다고 했지?” 이날도 울적한 내 마음을 달래고 싶었나 보다.
아이가 씩씩하게 외쳤다.
“심장!!!!”
“어?”
“행복은 심장에 있어!”
‘마음’과 ‘심장’이 헛갈린 아이. 하지만 나는 그날 큰 소리로 “딩~! 동~! 댕~!”을 외쳐 주었다.
“맞아, 행복은 심장에 있는 거야. 심장이 있어야 우리가 숨을 쉬지? 행복은 우리가 숨 쉬는 모든 순간에 함께 하는 거야.”
행복이 심장에 있다는 아이의 말을 들은 후 나는 더 이상 행복에 집착하지 않게 되었다. 내 심장이 뛰는 매 순간 행복도 함께 하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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