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작가

프로필_함승훈

함승훈 스튜디오드래곤 PD

  • tvN <안투라지> 프로듀서
  • tvN <이번 생은 처음이라> 조연출/서브연출
  • tvN <아스달 연대기> 프로듀서
  • tvN <빈센조> 프로듀서/B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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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뜻대로

tvN <빈센조>

프로필_함승훈

함승훈 스튜디오드래곤 PD

  • tvN <안투라지> 프로듀서
  • tvN <이번 생은 처음이라> 조연출/서브연출
  • tvN <아스달 연대기> 프로듀서
  • tvN <빈센조> 프로듀서/B연출
<빈센조> 연출과 관련된 글에서 생소한 이름을 보고 의아해하실 분들이 많을 것 같다. 김희원 감독이 사정상 기고가 어려워, 이 작품의 프로듀서이자 B팀 연출을 맡았던 사람으로서 부족하지만 빈자리를 대신한다. 김희원 감독의 이야기를 궁금해하실 여러분들께 양해의 말씀 드린다.
이방인의 이야기
빈센조는 이방인이다. 박재범 작가의 전작 <김과장>과 <열혈사제>의 주인공들도 따지자면 이방인의 포지션이었고, 그들이 얼떨결에 해결사 역할을 하게 되는 그런 이야기였다. 말하자면 작가의 ‘이방인 3부작’ 마지막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번에는 물리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완벽한 타인을, 그것도 아주 강한 외지인을 끌어들여 이 사회의 거대 카르텔을 깨부수고자 했다. 평범한 사회의 일원이 행할 수 없는 아주 지독하고도 통쾌한 징벌. 이를 실행해줄 적임자는 그토록 생경한 ‘검은 머리 마피아’였다.
아마 대다수의 자연스러운 반응은 ‘한국 드라마에 웬 마피아?’일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 의아함이 사실상 이 작품의, 혹은 작가의 ‘소셜 블랙 코미디’ 세계관의 매력이자 원동력이었던 것 같다. 상상 밖의 인물이 나타나 벌이는 통렬한 사회풍자 코미디와 사이다 같은 시원한 빌런 응징. 일종의 일상 요소들로 둔갑한 판타지 드라마였다. 마피아라는 다소 생뚱맞고도 과감한 콘셉트는 작가의 자신감이자 한편으로는 자신이 쌓아 올린 틀을 깨고자 함이었던 것 같다. 그 의지로 최초의 한국 드라마 ‘다크 히어로’를 만나게 됐다.
불과 며칠 전 알게 된 사실이지만, 작가는 이미 오래전 이 이야기를 구현할 적임자로 김희원 감독에게 제안했다고 한다. 그의 힘 있는 연출력을 추진력 삼아 이 뜬금없는 마피아 양반을 현실에 가까운 모습으로 끌고 오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박재범 X 김희원. 이름만으로도 이미 훌륭한 컬래버레이션 마케팅이 가능한 조합이었다. 내가 합류한 시점은 2019년도 말 즈음이었다. 20부작의 짧지 않은 이 마피아의 랩소디는 물론, 아주 당연하게 이탈리아에서 시작될 예정이었다. 우리는 생각보다 지난했던 빈센조 찾기에 돌입했고, 비슷한 시기에 코로나바이러스가 터졌다.
코로나19라는 변수
남 일 같았다. 곧 지나가겠거니 했다. 하지만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고, 바이러스는 곧 유럽마저 덮쳤다. 이탈리아 로케이션 촬영부터 크게 흔들렸다. 해외를 가지 말자고 하는 이는 있었으나, 그 누구도 대본에서 이탈리아 분량을 빼도 될 것 같다고 하지는 않았다. 그만큼 빈센조라는 캐릭터 구축에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였다. 직접 갈 수 없다면, 최소한의 분량만이라도 VFX의 힘을 빌려 구현해내겠다는 등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하기 시작했다. 전작 <아스달 연대기>에서 세상에 없는 공간의 구현 작업을 함께 했던 VFX 수퍼바이저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작전 회의에 들어갔다. 하루가 다르게 갈 수 있는 나라와 갈 수 없는 나라가 뒤바뀌는 지경이라, 아무리 계획을 세운들 ‘변수의 신’의 도움이 절실했다. 그리고 코로나19가 절정으로 치달을 때 즈음, 코로나19로 인한 촬영 중단으로 배우 송중기가 귀국했다.
소식을 접한 많은 제작진들의 대본이 블랙홀처럼 빨려 들어갔을 것이다. 전작의 연이 있었던 터라 비교적 빨리 대본을 전달해 어쩌면 초두 효과의 덕을 봤을지도 모르겠다. 길지 않은 고민 끝에 긍정 의사를 전해왔다. 대체 불가능한 완벽한 캐스팅의 기쁨도 컸지만, 무엇보다 전작에서 그가 현장에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봤기에 더없이 감사했다. <빈센조>의 확정으로 제작도 추진력을 받았다. 물론 코로나19의 여파가 있었으나 배우 스태프 할 거 없이 합심하여 어려운 시기를 함께 이겨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난제였던 이탈리아 촬영도 소수 유닛과 현지 프로덕션의 도움으로 안전하게 ‘긁어올’ 수 있었다. 오고 가는 여정에 PCR 검사만 6회 받은 건 지나고 나니 무용담처럼 남았더라.

tvN <빈센조> 현장 (사진_필자 제공)

금가프라자
금가프라자는 주 무대이자 또 하나의 캐릭터다. 김희원 감독은 이곳이 서울 한복판 어딘가에 존재할 법한 장소로 비치길 원했다. 수많은 장소를 돌아본 끝에 촬영 여건은 안 좋지만 그만큼 연출자의 의도에 가장 부합했던 곳인 ‘세운청계상가’를 금가프라자로 정했다. 좋은 장면들이 참 많이 나왔다. 프라자 실내 세트 디자인에도 공을 많이 들였다. 드라마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콘셉트 아트 작업을 별도로 진행해 연출자의 관점에서 디자인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의견들을 주고받았다. 복도의 깊이감이라든지, 바닥의 질감, 전등의 배열 등. 한 장 그림만 남더라도 이 공간이 전달하고자 하는 정서가 뭔지 확실히 캐치할 수 있도록 의도를 실체화했다. 그 아트웍을 토대로 세트가 디자인됐고, 가구와 소도구들이 배치됐다.
연출자가 이런 과정을 통해 표현하고자 한 것은 ‘우리’다. 금가프라자 사람들은 소시민을 대변한다. 어제 홍유찬 변호사가 사고로 죽었어도, 오늘 내가 쫓겨나게 되지 않을지 먼저 고민할 수 있는, 그만큼 현실에 치인 인물들이다. 그들의 변화와 성장 과정은 이 드라마를 지탱하는 또 하나의 축이기도 하다. 한명 한명의 캐스팅에도 심혈을 기울였고, 그들의 앙상블에 민감하게 촉을 세웠다. 더할 나위 없는 배우들이 한데 모여 지나칠 정도로 즐거운 나날을 보냈다. 촬영 현장이 이렇게 즐거울 수 있을까 계속 자문하게 될 만큼.
하지만 본격적으로 방영 시작되고, 시청자들로부터 의외의 반응이 감지됐다. 가장 공감할 법한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했으나, 그들이 빈센조와 작은 갈등이라도 빚으려 하면 방해꾼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특히 프라자 사람들이 금괴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고 찾으러 나서는 시점부터 그러한 반응이 극대화됐다. 빈센조의 금을 왜 너희들이 훔치려고 하냐는 것이다. 애초에 그 금은 빈센조의 것도 아닌, 그야말로 ‘찾는 사람이 임자’인 건데. 혼자 독식하려고 다들 서로 모른 체하며 찾는 모습이 우리 웃픈 현실과 맞닿아 재미있게 비치길 바랐으나, 오로지 내 편 빈센조만 응원하고 나머지에겐 ‘혐오’라는 단어가 따라붙기 시작했다.
당혹스러웠다. 프라자 사람들이 빈센조와 반목하는 관계도 아니었고, 다만 아직 의심의 싹을 완전히 걷지 못했을 뿐인데. 심지어 유쾌한 코미디로 먹기 좋게 포장까지 했지만. 일부 의견일 거라 믿었지만 뜻밖의 반응에 작가도, 감독도, 배우들도 놀랐다. 자연스레 프라자 사람들이 빈센조와 끈끈한 관계를 형성하게 되며 이런 반응들은 설 자리를 잃고 눈 녹듯 사그라졌다. ‘도대체 왜?’, ‘누구로부터?’에 대한 궁금증만이 마음속에 공허하게 남았다. 단지 ‘사이다’만을 원하고, ‘고구마’를 거부하며, 쉬이 ‘혐오’ 프레임을 씌우는 시대다. 창작자의 자리는 항상 외롭기 때문에 작은 자극에도 흔들릴 수 있다. 그런 크리에이터들의 창작 코어를 든든하게 지지해주는 파트너가 프로듀서다. 그 신뢰 관계로부터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다고 믿었고, 이를 뜻대로 실현해주는 뛰어난 크리에이터들과 협업할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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