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작가

내일은 방송작가

저마다의 빛을 믿고 걷는다면

내일은 방송작가

저마다의 빛을 믿고 걷는다면

프로필사진_추가현

추가현

  • 한국방송작가협회교육원 연수반 수료생
  • tvV <위대한 쇼> 보조작가
프로필사진_추가현

추가현

  • 한국방송작가협회교육원 연수반 수료생
  • tvV <위대한 쇼> 보조작가
어릴 적 나는 유난히 내성적인 관심종자였다. 남들 앞에 서는 걸 죽을 만큼 부끄러워하면서도 속에선 사람들을 웃기고 울리고 싶다는 욕망으로 언제나 들끓었다. 이토록 이중적이었던 나에게 드라마작가란 직업은 더 없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굳이 남들 앞에 서지 않고도 내가 만든 세계관으로 안방에 있는 전 국민을 감동시킬 수 있다니! 정말이지 나에게 딱 맞는 직업이란 생각이 들었다. 일찍이 꿈을 정했던 나는 진로문제로 방황하는 친구들과 다르게 무식하게도 우직하게 한 우물만 팠다. 백일장이란 백일장은 모조리 휩쓸었고 오로지 이야기만으로 당당히 극작과에 합격했다. 너무나 순탄하게 꿈과 가까워진다고 생각했던 것도 잠시, 입학과 동시에 무언가 단단히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극작과는 물론이거니와 타과 학생들까지도 하나같이 글을 너무나 잘 썼던 것이다. 과제 합평 때마다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남들에 비해 내 글이 터무니없이 초라해 보였다. ‘구성이 약하다’, ‘주제가 약하다’, ‘갈등이 약하다’… 쏟아지는 비평에 나는 그제야 현실을 마주했다. 내 글은 약점투성이고 나는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걸. 날마다 자존감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쳤고 내가 과연 드라마작가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만을 떠안고 떠밀리듯 졸업을 했다.
졸업 후, 일 년간 공모전에 올인했으나 이마저도 모두 낙방했다. 점차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내 꿈을 지지하신다던 부모님의 얼굴엔 주름과 함께 근심이 늘어갔고, 꿈을 갖고 있는 내가 부럽다던 친구들은 하나둘 자리를 잡아갔다. 재능이 없음을 이쯤에서 수긍하고 현실적 진로를 택해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전화가 한 통 왔다. 드라마 기획PD로 일하고 있는 선배였다. 코미디에 적합한 보조작가를 찾다가 마침 내 생각이 났다는 것이다. 잠시 뒤통수를 맞은 듯 머리가 얼얼해졌다. 그렇다. 약점투성이라 생각했던 내 글에도 두드러지는 장점은 있었다. 나는 유쾌한 인물들이 겪는 웃기면서 짠 내 나는 갈등을 그려내는 걸 잘했고 또 좋아했다. 다행히 이런 점을 높게 사주신 작가님 덕분에 처음으로 드라마 제작과정에 참여할 수 있었다. 설렘 반, 기대 반으로 시작했던 보조작가의 생활은 생각만큼 힘들었으나, 생각 이상으로 즐겁고 재미있었다. 현장을 처음 겪어 모든 게 서툴렀음에도 작가님은 나의 단점보다는 장점에 초점을 두고 일을 가르쳐주셨고, 나는 그로 인해 자신감을 되찾고 내가 잘하는 게 무엇이었는지 확실히 깨닫게 되면서 나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되었다. 돌이켜보니 이제껏 단점에만 집착하느라 내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을 무시하고 있지는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꿈을 향해 걸어가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나는 종종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잃고 흔들렸다. 남들이 가진 장점은 눈부시게 빛나 보이면서 정작 내가 가진 반짝거림은 미처 보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누구나 저마다의 빛을 가지고 있다는 걸. 그 빛은 햇살의 반짝거림일 수도 있고, 바닷물의 반짝거림일 수도 있고, 다이아몬드의 반짝거림일 수도 있다. 더 이상 내가 가지지 못한 빛을 부러워하지 않는다. 내가 가지고 있는 빛을 사랑하며 어떻게 하면 더 빛나 보일까를 고민한다. 내가 나 스스로에 확신이 있다면 남들에게도 내 확신이 보이기 마련이다. 그래서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나만의 빛이 반짝거리게 빛날 그 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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