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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

듣고, 기록하고, 기억하는 일의 가치

다큐멘터리 <당신의 사월>

· 영화 ·

듣고, 기록하고, 기억하는 일의 가치

다큐멘터리 <당신의 사월>

손희정 문화평론가

경희대학교 비교문화연구소 학술연구교수
저서 <페미니즘 리부트>(2017), <다시, 쓰는, 세계>(2020), <그런 남자는 없다>(2017)
공저 <대한민국 넷페미史>(2017), <페미니스트 모먼트>(2017), <소녀들>(2017),
<누가 여성을 죽이는가>(2019), <을들의 당나귀 귀>(2019), <원본 없는 판타지>(2020),
<코로나 시대의 페미니즘>(2020) 등 번역서 <여성괴물, 억압과 위반 사이>(2017),
<사춘기소년>(2011), <호러 영화>(2011), <다크룸>(2020)

손희정 문화평론가

  • 경희대학교 비교문화연구소 학술연구교수
  • 저서 <페미니즘 리부트>(2017), <다시, 쓰는, 세계>(2020),
  • <그런 남자는 없다>(2017) 공저 <대한민국 넷페미史>(2017),
  • <페미니스트 모먼트>(2017), <소녀들>(2017),
  • <누가 여성을 죽이는가>(2019), <을들의 당나귀 귀>(2019),
  • <원본 없는 판타지>(2020),
  • <코로나 시대의 페미니즘>(2020) 등 번역서
  • <여성괴물, 억압과 위반 사이>(2017), <사춘기소년>(2011),
  • <호러 영화>(2011), <다크룸>(2020)
세월호 7주기다. 매해 4월이면 세월호 참사에 대해 되새기고 애도하기 위한 다양한 작업들이 나온다. 올해에는 만화가 김홍모 작가의 ≪홀-어느 세월호 생존자 이야기≫가 아주 인상적이다. 이 그림책은 세월호 침몰 당시 이십여 명의 학생들을 구하면서 ‘파란 바지 의인’이라고 불렸던 김동수 씨와 그의 가족들을 인터뷰 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다. 김동수 씨는 7년이 지난 지금도 혼자 살아남았다는 죄책감과 진실을 외면하는 사회에 대한 울분 때문에 깊은 고통을 겪고 있다. 한국 사회가 그간 별로 주목하지 않았던 생존자의 기억과 트라우마를 다루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의미 있지만, 여전히 ‘그날’에 갇혀있는 그의 ‘오늘’에 다가서려는 작가의 섬세한 태도 역시 위로가 된다.
이 책이 출간되던 시기와 맞물려서 세월호 트라우마를 다루는 또 하나의 작품이 공개됐다. 주현숙 감독의 다큐멘터리 <당신의 사월>이다. 다큐멘터리는 2014년 세월호 참사부터 2016년 촛불광장을 지나 정권 교체 후인 지금에 이르기까지 세월호 이후의 시간을 함께 살아온 평범한 대한민국의 시민들을 따라간다. 지난 7년 동안 당신은 어디에 있었는지, 그 마음은 어땠는지, 그리고 지금은 좀 괜찮은지, 다큐멘터리는 친절하게 질문한다. 그래서 제목이 “당신의 사월”이다. ‘당신’이란 그야말로 평범한 우리, 대한민국 국민이다.
카메라가 따라가는 인물은 모두 여섯 명이다. 기록관리학을 전공 중인 대학생 이유경 씨, 중학교 영어교사 조수진 씨, 청와대 앞 서촌 지역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박철우 씨, 지금은 아픈 어머니를 돌보고 있는 정주연 씨, 세월호가 침몰했던 해역 근처에서 미역 양식과 멸치 조업을 하던 중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했던 이옥영 씨, 그리고 세월호 참사로 딸을 잃은 후 카메라를 잡고 모든 상황들을 기록하려고 노력 중인 문종택 씨. 이들 모두 세월호와 관련해서 무엇이든 하려고 노력해 온 사람들이다.
그런데 <당신의 사월>은 개봉 전부터 별점 테러와 악성 한 줄 평에 시달렸다. 내용이 하나같이 저열하고 잔인해서 되새기는 것조차 괴로울 정도다. 이들이 <당신을 사월>을 보지도 않고 악플을 달았을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이 와중에 좀 더 당황스러운 건 한 평론가의 한 줄 평이었다. 그는 “몇몇 기억 외에 영화적 가치는 무엇인가”라고 썼다. 그가 생각하는 영화적 가치란 도대체 무엇일까.
<당신의 사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기록관리학을 전공하고 있는 이유경 씨가 단원고 희생자들의 유품이 보존되어 있었던 ‘세월호 기억 교실’을 관리하면서 그 유품들을 하나하나 닦고 정리하는 장면이었다.
희생자들의 사진을 닦고, 물건을 닦고, 그렇게 그들이 남긴 기록을 통해 기억하는 행위는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그 상처를 보듬어주는 것은 물론이고 더불어서 이유경 씨 본인의 상처를 달래는, 일종의 제의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이런 의식이야말로 <당신의 사월>이라는 작품이 행하고자 하는 과정 그 자체다. 다큐멘터리는 304명의 희생자들이 배와 함께 가라앉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지켜보았던, 그리고 그 이후로도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그 장면을 볼 수밖에 없었던 우리들의 기억을 꺼내서 닦고, 재배열하고, 상처를 어루만진다. 함께 고통을 겪었던 우리들, 그러니까 ‘당신들’에게 위로를 건네는 작품인 것이다.
물론 이것이 다가 아니다. 다큐멘터리는 계속 카메라를 들고 뛰어다니는 ‘지성이 아빠’ 문종택 씨에게 섣불리 말을 걸지 않으면서도 계속 그를 지켜본다. 그는 세월호 이후 진실이 쉬이 묻혀버리는 상황들을 겪으면서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 그리고 쉽게 사라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카메라를 잡기 시작했다. 다큐멘터리는 기록이 정치적 행위라는 사실을 믿는다. 그리고 그 믿음을 문종택 씨의 존재를 통해 보여준다.
≪홀-어느 세월호 생존자 이야기≫와 <당신의 사월>을 겹쳐놓은 자리에서 우리는 듣고, 기록하고, 그리하여 기억한다는 행위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다. 그건 그저 ‘몇몇 기억’의 나열이 아니다. 그 기억을 공적 장에 꺼내놓는 것은 무엇보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라는, 트라우마를 치유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정치적 과정을 요청한다. <당신의 사월>의 영화적 가치는 여기에 있다.
다큐멘터리가 풀어놓은 말들이 들려주는 것처럼 2016년 촛불광장은 세월호 참사로부터 시작되었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들에게 큰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정권교체가 되었다고 해서 세월호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오히려 정권교체 후가 더 괴롭다고도 한다. 내 동료라고 생각했던 시민들이 등을 돌리고 “이제 그만해라”라고들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없이는 ‘그만’도 없다.
우리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다시 한번 말할 필요가 있다. 세월호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될 때까지 우리는 잊지 않겠다고. Remember 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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