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작가

이향은-성신여대-서비스디자인공학과-교수

이향은 성신여대 서비스디자인공학과 교수

  • 중앙일보 <이향은의 트렌드터치> 칼럼 연재
  • 서울대학교 디자인학 박사 Central Saint Martins 디자인경영학 석사
  •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책임연구원 역임
  • 서울대학교 한국산업디자인연구센터 선임연구원 역임
KakaoTalk_20210506_1111111

MZ세대를 잡아라

MZ세대 탐험 보고서

이향은-성신여대-서비스디자인공학과-교수

이향은 성신여대 서비스디자인공학과 교수

  • 중앙일보 <이향은의 트렌드터치> 칼럼 연재
  • 서울대학교 디자인학 박사 Central Saint Martins 디자인경영학 석사
  •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책임연구원 역임
  • 서울대학교 한국산업디자인연구센터 선임연구원 역임

어느 날 신기한 제목의 TV 프로그램으로부터 섭외전화가 왔다.
범상치 않은 제목의 이 프로그램은 브랜드나 상품명을 모두 낱낱이 실명으로 이야기하며 진행하는 주식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신개념 OTT 서비스 카카오TV는 통신사업자의 부가서비스로 간주되어 방송법에 제재를 받지 않는다. 덕분에 주식 종목명을 실명으로 얘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방송 중에 출연자들이 출연료를 시드머니 삼아 실시간으로 주식매매를 하는 진행방식으로 허를 찔렀다. 이 주식 예능은 오늘날 MZ세대에게 가장 핫한 주식이라는 테마를 신박하게 전개해나가며 20대를 주축으로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다.
품질과 가격 외에도 자신의 정체성 투영 여부 그에 따른 영향력 행사 등 기성세대와는 다른 포인트에 반응하고 열광하는 MZ세대가 유통·제조업은 물론 콘텐츠 업계도 변화시키고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MZ세대, 그들은 누구인가?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3가지 소비 특징을 통해 그들을 탐색해 본다.

순삭 소비
최초의 디지털 원주민인 밀레니얼 세대, 그리고 원주민과 이주민의 구분이 필요 없는 디지털 종족 그 자체의 Z세대들은 디지털이 주는 즉각성에 길들어 있다. 과거 만화책을 보며 자란 X세대는 칸과 칸 사이 수많은 상상을 하며 독자이자 제2의 작가가 되어 스스로 읽는 재미를 더했다. 그러나 스마트폰으로 웹툰을 보는 MZ세대는 현란한 손놀림으로 순식간에 여러 편을 넘나드는 것은 기본이요, 순식간에 디지털 콘텐츠를 소비하다 보니 MZ세대의 눈길을 잠시라도 더 붙잡고자 특수효과가 입혀진 ‘효과툰’까지 등장해 이들이 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다. MZ세대의 세상에서는 그야말로 ‘순삭’, 시간이 순식간에 삭제되는 묘미에 빠져 모든 것이 빠르게 돌아간다. 진중한 것을 참지 못하고 짜릿함에 중독되어 있는 그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짧은 호흡으로 치고 빠지는 리듬이 필요하다. 이런 즉각성과 가장 잘 어울리는 감정은 짜릿함이다. 그리고 그 짜릿함을 충족시켜주는 놀이로 급부상 중인 키워드 중 하나가 바로 투자다.
빚투, 영끌, 벼락거지와 같은 수많은 신조어들을 빼고는 MZ세대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동학개미에서 서학개미까지 이른 MZ세대에게 주식시장은 그야말로 열풍을 넘어 광풍 수준이다. 최근의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20대의 주식 투자 비율이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39.2%로 나타났다. 1)저금리 시대에 부동산 가격은 치솟고 코로나로 얼어붙은 경기에 취업도 힘들어지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는 것)과 빚투(빚내서 투자)에 뛰어들었다. 마치 투자 DNA를 갖고 있기라도 한 듯 스스로 유튜브를 보며 주식계좌를 트고, 해외주식까지 넘나들며 친구들과 종목 분석 및 수익률에 대해 공유하는 이들은 부동산 답사를 다니는 임장(臨場) 데이트를 즐긴다. 이런 시류를 타고 재미와 실용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한 주식예능 프로그램이 폭발적인 반응을 얻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다.
FLEX, 욕망에 대한 재해석
주식으로 번 돈은 저축이 아닌 빠른 이익 실현에 쓰인다. 힙합 뮤지션들이 구하기 어려운 신발이나 옷, 비싼 차를 자랑하는 플렉스(FLEX)에 MZ세대가 열광하면서 탄력을 받기 시작한 플렉스 소비는 MZ세대들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실제로 2020년 코로나 상황에서도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은 우리나라에서만 1조 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이는 전년 대비 33.4%가 증가한 수치로 순이익은 284.6%에 이른다. 현대백화점의 명품매출 신장률을 보면 20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8년 27.5%에서 2020년 37.7%로 상승했으며, 롯데백화점의 명품 매출 가운데 2030 세대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18년 38.2%에서 2020년에는 44.9%로 상승했다. 일명 ‘에루샤’로 일컫는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의 럭셔리 브랜드 삼총사에 이어 디올과 구찌가 MZ세대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명품 브랜드 반열에 이름을 올리며 불경기 속 보복 소비와 플렉스 소비 모두를 겨냥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가상세계 속 본인의 캐릭터에게 명품 옷과 신발을 사주기 위해 가상화폐로 명품쇼핑을 일상화하는 이들은 현실 세계에서 굿즈와 리셀이라는 독특한 마켓도 만들었다. 희소성 있는 제품을 손에 넣었다는 기쁨이 주는 자기효능감에 심취해 그렇게 득템한 굿즈를 다시 되팔며 존재감을 확인하고 수익률에 웃는다. 구하기 어려운 가운데 획득했을 때 자신의 개성을 잘 드러내 주는 아이템을 재판매하는 것이 하나의 문화로서 향유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리셀마켓은 완전히 새로운 시장으로 재편 중이다. 전문 리셀러와 특정 아이템의 마니아가 주 고객이던 시장이 급속도로 대중화되어가고 있다. 네이버 카페로 출발한 중고나라, 반경 6km 이내 지역 기반 직거래 플랫폼 당근마켓, 중간 배송을 대신하는 땡큐마켓, 그리고 희소성과 재테크에 가치를 둔 리셀러 등 다양한 플랫폼이 쏟아지고 있다. 네이버는 스페인 최대 리셀 커머스 기업 왈라팝에 1,550억 원을 투자했고, 중고거래 플랫폼 운영업체 번개장터는 스니커즈 커뮤니티를 인수했다. 자체 중개업체 론칭을 준비하는 움직임도 분주하다. IT·유통·패션업계 할 것 없이 리셀 플랫폼 구축에 뛰어들며 다함께 시장 파이를 키우면서 판은 급격히 커지고 있다. 되팔기 위해 귀하게 취급함으로써 물건의 생명 연한이 길어지고 리셀이 처분의 새로운 대안으로 소비생활을 풍요롭게 해준다는 장점은 있지만, 산업이 커지며 기승을 부리는 부작용들도 만만치 않다. MZ세대가 바꾸는 시장의 판도에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유연한 해결책이 적극적으로 모색되어야 한다.
공정함에 대한 갈망
2002년 빨간 티셔츠를 입고 광장과 거리를 메웠던 한국의 월드컵 세대들은 들뜬 마음으로 함성을 지르고 하나가 되어 응원을 하는 축제의 현장을 경험했고, 그러한 열정과 경험은 광장문화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2016년,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온 사람들은 불합리함에 대한 사태를 바로 고쳐 잡기 위해 한마음 한목소리로 구호를 외치고 똘똘 뭉쳤다. 이 경험이 각인된 사람들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더 이상 방관하지 않는다. 현재 한국은 뜨겁다. 가슴이 뜨겁고 열의가 넘친다. 금기시되던 것들에 대한 도전, 억눌려 있던 울분과 핍박받던 약자의 서러움을 대변하며 사회의 정의를 구현하고자 하는 젊은 패기는 공정하고 올바른 것에 대한 추구, 선한 영향력을 강조하는 바른 문화를 낳았다.
갑질로 점철된 기업의 제품은 보이콧(Boycott)하고, 선행을 베푼 기업의 제품을 바이콧(Buycott)함으로써 개혁을 위한 의지를 표명하기도 하고, 슬로건 패션을 입고 쿨한 페미니즘 운동에 참여하며 ‘플로깅(Plogging)’ 2)을 하기도 한다. 평생직장의 개념을 가지고 장기근속을 당연시하던 기성세대와 다르게 MZ세대의 근속연수는 2~3년에 불과하다. 기약할 수 없는 먼 미래가 아닌 현재의 보상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단기 지향적인 가치관을 가진 MZ세대가 기업의 성과급 산출지표를 바꾸는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들은 계약과 매뉴얼을 중시하며 직장과 가정에서의 공정함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MZ세대가 바꾸고 있는 기업문화에서는 구성원이 공정성을 의심하지 않도록 평가 기준과 프로세스를 투명하게 제도화해야 한다.
알뜰한 재테크와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산) 지르기라는 양극단적 소비행태, 즉 냉탕과 온탕을 넘나들며 짜릿함을 갈구하는 MZ세대, 문화의 소비 주체로서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다니는 이들의 기저 심리에는 아이러니하게도 FOMO(Fear of Missing Out) 증후군이 자리 잡고 있다. 기성세대로서 잦은 피드백과 인정, 지배형이 아닌 서번트형 리더의 손길과 관심으로 무리로부터 이탈되어 잊힐지도 모른다는 이 불안감을 토닥여 줄 때 비로소 세대갈등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1) 김광수 기자, 20대 40%가 주식투자··· 마통 빚 75% 급증, 서울경제, 2021년 4월 20일.
2) 플로깅이란 ‘줍다’란 뜻의 픽업(Pick up)과 조깅(Jogging)이 합쳐진 말로, 운동을 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작업을 뜻한다. 2016년 스웨덴에서 시작됐는데, 줍는 자세가 마치 하체 근력 운동인 ‘스쿼트’와 비슷하다는 것에 착안해 색다른 피트니스로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 칼로리 소비가 일반 조깅보다 많다고 알려지면서 이제는 다른 유럽 국가나 미국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1 run 1 waste’ 등의 이름으로 소개되고 있다. 이도은 기자, 중앙선데이, 2018년 1월 16일.
error: Content is protected !!
방송작가10월호_로고

방송작가 구독신청 / 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