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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뭐 봐?

마음이 알고 싶다면...
이케가야 유지의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63가지 심리실험≫

요즘 뭐 봐?

마음이 알고 싶다면...

이케가야 유지의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63가지 심리실험≫

정수연 한국방송작가협회 회원

  • KBS <인간극장>
  • SBS <뉴스추적>
  • MBC <그 사람 그 후>

정수연 한국방송작가협회 회원

  • KBS <인간극장>
  • SBS <뉴스추적>
  • MBC <그 사람 그 후>
이제 갓 첫 돌을 넘긴 아이가 움직이고 자기표현을 하는 걸 보면 ‘어라? 저 녀석 봐라?’ 하며 픽하니 웃음이 나올 때가 있다. ‘저 조그마한 머릿속에 도대체 뭐가 들었기에 어느새 저 살 궁리가 있고 자기 요량이 있는 걸까?’ 싶어서다. 하물며 머리 굵은 성인이야. 오죽하면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다 있을까. 종종 머릿속이 참 궁금해질 때가 있다. 내 머릿속보다는 다른 사람들 머릿속 말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른바 ‘밀당’이라는 걸 할 때, 비즈니스를 하며 계약을 성사시켜야 할 때, 아이를 키울 때, 방송 출연을 부탁하러 누군가를 만나 그의 생각을 읽어야 할 때…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싶을 땐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 이 책에 끌린 것도 책 모서리에 조그맣게 앉혀진 ‘마음을 읽는 효과적인 방법’이란 글귀 때문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63가지 심리실험≫이라는 제목의 이 책은 일본의 이케가야 유지라는 학자가 쓴 책이다. 굳이 분류하자면 뇌 과학 분야의 책이라 ‘이분 직업이 의사인가?’ 했는데, 약학을 전공한 뇌 과학자다. 이 책엔 63가지의 심리실험이 담겨 있다. 영화 <식스 센스>급 반전까지는 아니더라도 예상을 뒤엎는 결과가 종종 등장한다. 그중에서 흥미로운 몇 가지를 소개하면 우선 인내력에 대한 실험. 한 연구팀은 사람들의 인내력을 알아보기 위해 ‘악력기 누르기 실험’을 했다. 실험 참여자들에게 6분 동안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여주고 힘껏 악력기를 쥐어 달라고 했다. 얼마나 오랫동안 힘든 걸 참고 힘을 줄 수 있는지 측정하기 위해서다. 실험은 두 그룹으로 나누어 진행했는데 첫 번째 그룹엔 코미디를 보며 실컷 웃을 수 있게 했고 둘째 그룹에는 코미디를 보고 웃음이 터져 나와도 절대로 웃지 못하게 했다. 어느 그룹이 인내심을 십분 발휘해 악력기를 오래 눌렀을까? 웃음을 참아낸 인내심이 강한 그룹? 아니다. 코미디를 보며 실컷 웃을 수 있었던 그룹이었다. 이유는 근력을 사용하면 그만큼 근육이 피곤해지듯이 정신력도 소모되는 것이어서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노력한 후에는 인내심과 도덕심이 줄어든다는 것. 애쓰고 나면 이것저것 귀찮아지는 원리와 같다.
이번엔 장사하는 분들에게도 유용한 정보. 잼을 파는데 한쪽 부스에는 6가지 종류의 잼을 진열해서 팔게 하고 다른 한 곳의 부스에는 24개의 잼을 진열해 판매하게 했다. 어느 가게가 잼을 더 많이 팔았을까. 언뜻 생각하면 다양한 종류의 잼을 진열한 쪽이 더 많이 팔았을 것 같지만 결과는 뜻밖이었다. 24종류의 잼을 갖춘 부스에서는 발길을 멈춘 손님의 3%만 잼을 샀다. 반면 6종류의 잼을 진열한 부스에서는 30%나 되는 손님이 잼을 구입했다. 가짓수를 줄이자 매출이 증가한 이유는 사람이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정보량이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선택 항목이 허용량을 초과하면 선택 장애를 일으킨다는 것. 선택지가 너무 좁은 것도 너무 문제지만 선택의 폭이 너무 넓어지면 심리적 부담도 늘어난다니, 과유불급이 아니겠는가.
멍 때리는 게 실제로 도움이 된다는 걸 보여주는 실험도 있다. 요즘 멍하게 타오르는 불길을 바라보는 이른바 ‘불멍’이 유행인 것도 그 이유에서일지 모른다. 실제로 그러한지 실험 결과를 보자. 두 그룹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일정한 시간 안에 일정한 개수의 단어를 외우게 했다. 그 후 첫 번째 그룹엔 아무것도 하지 않고 15분 동안 멍 때리기를 하게 했고 두 번째 그룹에는 연구팀이 준비한 ‘틀린 그림 찾기’를 15분 동안 하게 했다. 그 결과, 멍하니 시간을 보낸 그룹은 암기한 단어의 70%를 기억해 냈다. 반면 틀린 그림을 열심히 찾았던 그룹은 평균 55% 이하의 정답률을 보였다. 멍하니 있는 시간은 게으름 피우는 시간이 아니라 직전에 습득한 정보를 확실한 기억으로 장착시키는 중요한 두뇌활동이라는 걸 실험을 통해 입증한 셈이다. ‘뇌 과학’ 하면 복잡하고 어려운 개념이라고들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흥미로운 실험을 통해 우리 뇌가 어떻게 반응하고 그것이 마음에 어떻게 전달되는지 이 책을 통해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그렇다고 우리가 인간의 뇌를 다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 스튜어드 시튼은 이런 말을 했다지 않는가. ‘인간의 뇌는 정밀하면서도 그 능력이 전부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가장 특이한 장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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